인텔 재채기에 독감 걸린 기술株

인텔이 IT업종의 ‘풍향계’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않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칩 제조업체인 이 회사가 자사 매출이 당초 목표에 미달할 것이라는 자체 실적 부진 경고가 나온 지 하루만인 지난 3일 투자자들은 다른 칩 제조업체들과 칩 장비 업체들의 주식을 투매, 실리콘 밸리 기업들에 대한 우려에 다시 불을 당겼다.

지난 주 실리콘 밸리 업체 가운데 22개 업체의 주가가 52주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들 22개 업체 중 12개 업체의 주가는 지난 3일 그와 같은 불운을 겪었으며, 이들 12개 업체 중 7개 업체가 칩 회사였다. 엑텔(Actel)과 사이프레스 세마이컨덕터(Cypress Semiconductor) 주가는 각각 9%, 인텔은 7%, 자일링스(Xilinx)는 6% 떨어졌다.

이같은 투매는 기술주 투자자들이 왜 강철같은 심장을 가져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6% 하락해 1,844.48 포인트로 마감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지난 1년 동안의 이득을 모두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리콘 밸리 기술주를 사들여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더욱 우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Standard & Poor`s) 500대 대기업 분산 지수에 1년 전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그 돈은 현재 109달러의 가치가 있는 반면 실리콘 밸리의 150대 대기업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90달러에 불과할 것이다.

도이치 뱅크(Deutsche Bank) 벤 린치(Ben Lynch) 분석가는 투자자들이 기술주에 대해 이토록 가혹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인텔이 3분기 예상 매출을 높게 잡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인텔이 예전에 자사 전망을 내놓았을 때 투자자들은 인텔이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 비관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PC 프로세서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인텔은 지난 1일 PC 회사들이 칩 주문을 줄이고 있고 PC 재고도 증가 추세에 있다고 경고했다. 주로 휴대폰에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 칩의 매출도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인텔은 결국 자사 3분기 매출이 당초 전망했던 6∼14%가 아닌 3∼6%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하향 조정했다.

린치 분석가는 이 같은 인텔의 경고를 반도체 산업의 매출 주기가 정상에 달했다는 또 다른 증거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여러 칩 업체들이 인텔의 최근 경고와 유사한 경고를 내보냈으나 인텔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코니 박 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