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처 이기주의` 이젠 벗어나야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그동안 영역다툼을 벌여왔던 업무 중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 간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기로 하고 협상중이라고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두 부처가 고질적 병폐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온 부처 이기주의와 이로 인한 중복투자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MOU 교환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 부처 내 이기주의에 대한 국민의 질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부처 이기주의 근절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아직까지 이런 풍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부처 이기주의를 깨기 위해 올해 청와대가 정부 각 부처의 국장급 직위 20∼30개를 선정해 부처 간 인사교류를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각 부처가 부처 이기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두 부처가 문화콘텐츠 산업, 게임분야 등 중복되는 업무에 대해 MOU 교환이라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한 것은 최선책은 아닐지라도 현실 타개를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부처 간 업무중복으로 인한 갈등은 디지털 융합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더욱이 산업규모가 커지는 게임분야의 경우 이미 감사원이 업무 중복을 이유로 두 부처에 시정조치를 내렸고 이를 둘러싼 부처 간 갈등도 적지 않았다. 부처 간의 갈등은 해당 업계에는 또 다른 불씨로 작용해 업계 간 대립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부처 간 MOU 교환 추진이 그간의 부처 이기주의나 업무 중복을 완전히 해결할지는 알 수 없지만 차제에 더는 갈등이나 분쟁이 없도록 명확하게 한계를 정하는 것이 좋다. 우선 발등의 급한 불을 끄자는 식의 MOU 교환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두 부처가 공동으로 팀을 구성해 실수요자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간다면 좋을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국민의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른 위민행정을 구현하려면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지난 경험으로 보면 말과는 달리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중복투자와 행정의 효율성 저하, 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신 등을 낳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 속에서 우리가 나름대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면 행정의 중복은 피해야 할 일이다. 업계의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처 간에 정책 주도권을 놓고 다툰다면 국민의 빈축만 살 것이다. 우리는 신성장동력 육성에 각 부처가 총력전을 펴고 있다. 과학기술입국도 구현해야 할 과제다. 각 부처가 현안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 제도개선이나 행정개혁은 불가능하다.

 두 부처는 이런 점에서 부처 입장이 아닌 국민 입장에서, 그리고 산업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자세가 행정의 발전이요, 위민 행정의 시발점이다. 상급 기관에 떠밀려 하면 고생하고도 보람을 갖지 못한다. 부처 이기주의 타파 바람이 다른 부처로 확산돼 부처 간 밥그릇 다툼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