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의 폐지 논란이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은 ‘지금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문명국가로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강력히 추진할 뜻을 밝히고 있다. 확실히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구석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조항도 있다. 분단 체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 논란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특히 이제까지 여러 정권에서 이 법의 폐지 및 개정을 검토한 바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시비는 증명된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왜 지금이냐’는 것이다. 나라가 안팎으로 어렵고 경제는 바닥이다. 국민 대다수가 국가보다는 당장의 먹거리에 고민하는 때다.
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는 비단 이번 국가보안법말고도 ‘행정수도 이전’ 등 크게 고민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역대 정권에서 못했던 일을 해보겠다는 의지에는 박수를 치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산적해 있는 민생 현안을 우선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국가의 미래와 발전은 정책의 입안보다는 국민 대다수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를 위한 정부의 비전 제시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 우리 국민은 민생고에 빠져 있다.
최근 청와대 수석 한 분이 해외에서 가진 국가 IR에서 “한국의 경제는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은 없을 것이고 경제성장 5%대의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청년 실업도 잘 해결될 것”이라며 한국에 투자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는 데 과연 외국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의문이 간다.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눈에는 수도 이전 등 거룩한 정책 속에서 대립하고 있는 정치권, 신규 투자를 기피하며 오히려 해외로 나가려는 대기업들이 과연 어떻게 비춰질까 걱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국가보안법 폐지다.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이를 두고 신·구, 좌·우파 간의 갈등에 더 신경을 쓸 것은 자명하다.
경제 하나 살리는 것만도 지금 정부 체제하에서 몇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모를 요즘이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한 정책도 좋지만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이 있지 않는가. 경제부터 살려놓고 보자. 경제가 망가지면 국가보안법이 있든 없든 간에 무슨 소용이 있는가.
김명일·서울시 도봉구 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