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프로야구 페넌트 레이스가 종반전에 다다르며 올해 성적이 부진한 몇몇 감독의 거취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업종은 다르지만 시스템통합(SI)업계에도 최근 비슷한 류의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거론되는 주인공은 SI업체에서 공공영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이다. IT 경기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당초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은데다 SI업체 스스로 내실 경영을 기치로 저가·출혈 수주를 제도적으로 차단, 실적이나 수익이 만족스럽지 못한 안팎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인사철도 아니고 한 해 사업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자신들의 거취와 관련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소리까지 들리니 그야말로 바늘방석이 따로 없다. SI업계에서는 공공 영업을 담당하는 임원의 임기는 파리목숨과 다르지 않고 길어야 2년이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돌 정도다.
대외사업을 총괄하는 이들의 최우선 평가 잣대는 다름 아닌 실적이다. 이들의 임면권은 기업 고유 권한이다. 임명이 잘못됐다는 경영 판단이 확고하면 교체와 문책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무조건 교체와 질책만이 능사일까. 김응룡 삼성 감독과 김재박 현대 감독이 장기간 지휘봉을 잡고 다른 감독들이 부러워하는 성적을 내고 있는 걸 벤치마킹하는 건 어떨까. 이들은 필요에 따라 소폭의 조직 개편은 단행했지만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면서 일관성 있는 팀 운영으로 한국시리즈를 나누어 제패해 왔다. 오랫동안 동고동락을 같이한 조직원의 장단점 파악과 효율적인 관리에 적합했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것도 당연하다.
새로운 면면과 각오로 혁신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의지는 백번 지당하다. 그러나 자주 변하는 조직은 잦은 시행 착오를 경험해야 한다.
“100%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참고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는 조언이 ‘배부른 소리’로 치부된다. 이것이 국내 SI업계의 현실이자 현주소다.
컴퓨터산업부=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