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했다. 이 ‘손’은 기계적 형평성 논리를 들이대며 전국 곳곳에 국책연구원을 설립하거나, 응답없는 정치공세를 엉뚱한 과기정위 국정감사장까지 끌고 들어오곤 한다. 예전에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출몰 빈도가 높아질 기미다.
‘보이지 않는 손’ 등장으로 양당 간사 간 합의사항이 수시로 바뀌거나 심지어 번복되는 현상이 잦아졌다. ‘국가 과학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여야 구분없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려 노력한다’는 과기정위의 관례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임시회기 때 과기부, 정통부 산하기관의 출석여부, 출석기관의 수를 놓고 합의에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 3일 오명 과기부 장관을 불러 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추출건을 따진 간담회 개최를 놓고도 의견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가 기술혁신을 위한 지역의 연구개발(R&D) 기능 재배치를 앞두고 지역의 이해를 앞세운 마찰이 벌써부터 뜨겁다.
의견이 엇갈리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의견 대립의 뒤편에 당의 정치적 입장과 의원의 지역구 배려가 깔려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의원실에서 만난 한 보좌관은 “사전 의견조율이나 회의 때 정부산하기관을 자신의 지역구로 끌어오려 하는 등 각 의원의 이해나 당의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듯한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인지 과기정위의 권위와 영향력도 예전같지 않다”고 불평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도 “당초 과기정위를 지원하지 않았던 터라 과기·정통부 정책보다 지역 사업에 더 관심있어 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과기정위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는 CDMA를 최초로 상용화한 국가로서 퀄컴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아내야 한다는 이슈를 제기해 실제 성과를 올려낸 것이다. 앞으로도 IT중소·벤처의 활로라든지, R&D예산 투입의 효율성 제고라든지 남은 과제는 많고도 많다. 해답없는 공방만 거듭했던 ‘정치인 도청 우려’나 ‘특정지역 국책연구원 신설’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