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휴대폰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극심한 경기불황에 시달리는 우리 상황에서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매우 긍정적으로 예측한 것이지만 지난 8월 말까지 휴대폰 수출이 141억달러를 기록했고 올 5월 이후 월간 수출액이 18억∼20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삼성전자·LG전자가 최근 보다폰·허치슨·오렌지 등 유럽연합(EU)의 유력 3G서비스 사업자들과 대규모 WCDMA 휴대폰 수출 계약을 잇따라 맺고 본격 공급에 나섰다는 낭보까지 고려하면 정부 예측치인 210억달러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사실 휴대폰은 우리나라에서 단일품목으로는 반도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간판 수출상품일 정도로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휴대폰 수출이 잘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 업체들이 3G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는 EU시장 개척에 성공한 것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중국지역 수출 증가율이 지난 5월 이후 둔화되거나 정체 양상을 보이는 데 비해 EU지역은 작년보다 2배 이상 급속히 늘어 중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두번째 휴대폰 수출국으로 부상한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카메라폰·MP3폰·스마트폰 등 고가품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WCDMA 단말기 부문에서도 세계 유수 휴대폰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을 선도해가고 있어 우리나라가 CDMA·GSM·GPRS를 망라한 세계 최대의 휴대폰 강국으로 위상을 굳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 휴대폰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핵심부품·소재의 국산화다. 우리의 간판 수출상품이라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국산화율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퀄컴 등 일부기업에 대한 기술의존이 부각됐지만 휴대폰의 기능이 늘어나고 첨단화될수록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가릴 것 없이 로열티를 지불하거나 부품을 수입하여 쓰는 품목은 오히려 늘어만 가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고가에 수출해도 부가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휴대폰 시장은 제품교체 주기가 대단히 짧아 빠른 신제품 출시가 사업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업체들이 기술도입이나 부품 수입에 우선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우리가 원천기술이나 부품·소재 개발을 소홀히 한다면 휴대폰 기술격차가 겨우 2년 밖에 안나는 중국의 추격에 추월 당할 우려마저 없지 않는 것이다.
수출 다변화도 급선무다. 사스 영향 탓에 한때 호조를 보이던 중국 휴대폰 수출이 휘청하면서 전체 휴대폰 수출이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3G폰 시장의 경우 아직 성장 초기단계고 현재는 우리 업체들이 유럽 3G서비스사업자와 손잡아 괜찮지만, 조만간 수요확대와 함께 미국·중국 등 세계 휴대폰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 예상되는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 현재 수출 호조세라고 해서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안될 일이다.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길은 상품 경쟁력 향상과 차세대 제품 개발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