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1∼2월 우리 과학자 몇 명이 학문적 호기심에서 천연우라늄으로부터 분리한 ‘우라늄235 0.2g’이 국제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일부 외신은 마치 우리나라가 핵폭탄 제조에 나서기라도 한 양 강도높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에 대항하기 위해 은밀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왔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산다’는가 하면, ‘주한미군의 감축결정에 대한 대응수’라는 등 갖가지 억측에 가까운 얘기들을 전했다.
몇몇 ‘흥분한’ 외신들과 달리 특히 미·일 양국 정부가 보여 준 국가 차원의 반응과 언급은 신중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가 언론에 보도된 2일 “한국정부가 자진 신고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고 발표했다.
호소다 히로유키 일본 관방장관도 3일 “사실이라면 유감”이지만 “한국 측의 설명이나 IAEA의 논의로 어느 정도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일 정부의 입장을 분석해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974년 한·미 원자력협정이 발효됐다.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의 원자력기술 지원을 발판으로 삼아 자체 원전제작기술을 확보하고 총 19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세계 5대 원자력국가로 성장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양국간 원자력 협력관계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아직 공식적으로 원자력협정을 맺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우라늄 분리실험에 관한 언급은 ‘그저 외교적 차원’일 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 없다는 배경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용중이고 증설을 추진하면서 국제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우라늄 분리실험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는 자충수를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천연자원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자력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실제 국가전력의 40%를 원자력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우리 원자력 기술발전의 장애로 등장하지 않도록 정부의 현명한 외교적 대응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