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아시아지역 최대 IT행사인 ‘부산 ITU텔레콤 아시아 2004’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행사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초일류 IT기업들의 각축이 매우 뜨거웠다.
‘부산 ITU텔레콤 아시아 2004’는 여러모로 뜻이 깊다. 첫째, 그동안 싱가포르와 홍콩만을 오가면서 열리던 행사가 이번에 처음으로 부산에서 열렸다. 이는 글로벌 IT리더로서의 ‘한국의 힘’을 국제 사회가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우쓰미 요시오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와 중국을 잇는 ‘동북아시아 축’이 세계 IT산업의 기관차 역할을 한다”며 “부산은 지리적으로 볼 때 동북아시아의 무게중심에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둘째는 ‘아시아 IT 정책협력 서밋’의 신설이 결정되는 등 IT외교의 성과가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통부는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스리랑카, 캄보디아, 이스라엘 등 30여개국의 장·차관과 잇따른 면담을 갖고 IT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각국의 경험을 공유할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한 정기 협의회의를 만들기로 했다.
셋째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글로벌 리딩 국가로서의 한국의 이미지가 더욱 강화됐다. 이번 행사의 첫 일정으로 시작한 ‘유스포럼’에서는 아시아 38개국에서 온 50여명의 대학생과 ITU조직위 관계자 등 70여명이 모여 아시아지역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며 특히 한국의 개도국 IT지원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표출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ITU가 공동으로 정보격차해소(Digital Bridges) 심포지엄을 연 것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차 정보사회정상회의(WSIS)의 선언문 및 행동계획의 후속조치 차원에서 정보격차 지수를 공동 개발하고 개도국 정보화를 지원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열린 것이다.
국가 간 정보격차 심화로 인한 부작용은 21세기 인류가 새롭게 맞닥뜨린 중대 과제가 됐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정보 인프라 및 정보화가 취약한 후진국이나 개도국은 정보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정보격차로 인해 지식정보 기반이 다시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 여러 비영리단체와 국제기구들이 정보사회정상회의를 열어 무료 정보통신 교육 실시, IT장비 지원 등 국가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활동을 모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격차 심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지수가 없어 정보격차의 정확한 측정과 비교가 곤란했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ITU의 공동 작업으로 실질적인 국제 정보격차 해소 기준을 마련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가 오는 2005년 11월 튀니스에서 열리는 제2차 정보사회정상회의에서 발표되면 국제 사회에서 정보격차 해소 노력을 위한 우리나라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IT 비즈니스는 오로지 테크놀로지의 힘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 IT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수많은 IT기업들이 쓰러졌던 ‘닷컴 붐’의 붕괴에도 신기술만을 우선시했던 편향성이 커다란 이유로 작용했다. 21세기형 비즈니스에는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결합이라는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진정한 IT강국은 국가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나라다. 또한 그러한 이미지가 우리나라 IT기업 및 제품의 아시아 진출 및 연착륙에 도움을 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