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베이스밴드칩 전문업체인 퀄컴이 국내 휴대폰업체를 등에 업고 3세대(3G) 유럽형이동전화(GSM)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형 3G 휴대폰인 WCDMA 단말기 시장에서 승승장구중인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업체가 잇따라 퀄컴의 WCDMA칩을 탑재한 휴대폰을 대량으로 수출, 퀄컴 영토 확장의 최고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퀄컴은 올해 1200만∼1500만대로 예상되는 유럽의 3G 휴대폰 칩 시장에 국내 휴대폰업체를 통해 100만∼150만대를 공급해 10%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퀄컴은 2G까지 CDMA칩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GSM 진영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팬택계열 등 유럽의 3G 시장 진출을 준비중인 국내 업체들도 잇따라 퀄컴의 WCDMA칩을 탑재할 계획이어서 한국 휴대폰업체와 퀄컴이 2G에 이어 3G에서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세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게 됐다.
최근 보다폰·T모바일·오렌지 등 유럽의 주요 사업자에 WCDMA 휴대폰을 공급한 삼성전자는 수출 물량 전량에 퀄컴의 WCDMA칩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연내에 퀄컴칩을 탑재한 WCDMA 휴대폰 50만∼100만대 가량을 유럽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WCDMA칩 벤더로는 퀄컴이 유일하다”며 “올해 수출하는 WCDMA 휴대폰은 전량 퀄컴칩을 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허치슨에 오렌지로 WCDMA 휴대폰 공급을 확대하면서 WCDMA칩 벤더에 퀄컴을 추가했다. 허치슨에 공급한 휴대폰에는 에릭슨칩을 탑재했지만, 오렌지에는 퀄컴의 칩을 장착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자가 요구하는 사양에 따라 칩 벤더를 선택하고 있다”면서도 “칩 벤더들의 로드맵을 보면 퀄컴이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말해, 퀄컴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WCDMA 칩 벤더를 물색중인 팬택계열도 퀄컴을 유력한 차세대 칩 벤더로 고려하고 있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3∼4개 WCDMA칩벤더들을 대상으로 물색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2G 칩을 공급받았던 퀄컴과 에릭슨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2G처럼 퀄컴이 독점적 지위만을 강조할 경우,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에릭슨·모토롤라·텍사스인스트루먼트·인텔 등으로 여타 WCDMA칩 벤더들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