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디자인에 `올인`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이 ‘디자인주의’를 주창하고 나섰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주의’란 노령자들도 쉽게 인지할수 있도록 자사 전 제품의 모양과 색을 하나로 통합해 브랜드 파워를 제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전 왕국’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게 마쓰시타의 복안이다.

◇통합 디자인 체제로의 전환=마쓰시타는 지난 2002년 4월 사업부별로 흩어져 있던 디자인 부문을 통합해 ‘파나소닉디자인’이란 사내 기업을 설립했다. 이 곳에선 200명 이상의 디자이너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공통의 컨셉하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색가전의 경우 녹색과 흰색을 사용한 통일 이미지 제품을 만들고 있다. TV, DVD리코더 등 7개 기종은 선임 디자이너들이 지난 1년 6개월간 설계한 시제품을 토대로 신제품 담당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이 말한 ‘디자인 검증’ 작업에도 정성을 다하고 있다. 제품의 중요도를 ‘특A, A, B, C’ 등 4단계로 구분해 최종적으로 사장 이하 임원들이 검증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은 탓인지 한 가전양판점 관계자는 “집 안의 가전제품을 전부 마쓰시타 제품으로 장식하고 싶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객 우선의 제품 디자인 전략=“이 단추는 무엇일까” , “뚜껑이 잘 열리지 않네” 오사카시에 위치한 마쓰시타 연구소의 여성 연구원들은 매직 거울이 붙어있는 방에서 손으로 전기포트를 만지며 제품을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방은 소비자가 어떻게 제품을 사용하는지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모니터 룸이다. 연구원은 취급 설명서 없이 제품을 넘겨 받는다. 바로 옆 방에선 개발 담당자가 매직 거울을 통해 상황을 지켜본다. 연구원은 고령자의 입장에서 가전제품이나 음향·영상(AV)기기 등 자사 전 제품을 살펴보는데 관절이 잘 굽혀지지 않거나 백내장 등으로 시야가 어두운 노인을 위해 관절 보조대나 선글라스 등을 진열해 놓고 있다. 고령자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디자인 개발자들이 간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연구소 측은 “고객 입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고객을 유인하는 핵심적 요소”라고 설명한다.

◇향후 과제는=마쓰시타는 연내 통합 이미지를 채택한 디지털 가전 제품군을 출시할 계획이다. 문제는 디자인이나 패션 등에 까다로운 성향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의 반응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시장에서 소니, 애플컴퓨터 등 화려한 디자인 개발 능력을 갖고 있는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만만치않다. 이 때문에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디자인 감각과 라이프 사이클을 수용하는 것도 중요한 현안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