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수십억달러의 가치를 지닌 TV용 아날로그 주파수를 지역 공공안전기관의 주파수 대역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9·11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라 미국 의회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역채널에 할당했던 주파수의 일부분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9·11 위원회는 사고 당시 긴급 통신이 불능상태가 된 것은 테러 직후 휴대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공공기관용 주파수 대역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국 정부는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계획하에 1996년에 이미 각 방송사들에 아날로그용 주파수의 회수를 조건으로 디지털용 주파수를 할당했다. 아날로그 주파수를 회수하면 일부는 공공안전기관에 배분하고, 나머지는 경매를 통해 무선회사와 다른 투자자에게 나눠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디지털TV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훨씬 지연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방송사가 아날로그용과 디지털용 두 개의 주파수 대역을 가지면서 공공안전기관 등이 사용할 주파수가 부족하게 됐다. 회수하지 못한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의 가치는 무려 700억달러에 달한다.
주파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두 가지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하나는 정부가 2007년까지 현재 전국 75개 방송사가 사용하고 있는 채널 63, 64, 68, 69번의 주파수를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파수 대역이 공공안전기관에 가장 적합한 대역이기 때문이다. 다른 주장은 2009년까지 모든 방송사들이 아날로그 채널 주파수 대역을 정부에 반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이 경우 디지털 수상기를 보유하지 못한 수백만의 시청자들이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며, 아날로그 주파수 회수에 반발하고 있다.
데니스 와튼 전미방송협회(NAB) 대변인은 “비상시 통신을 위한 공공안전기관용 주파수 할당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며 “협회는 의회, FCC와 협력해 지역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침해하지 않는 DTV 전환일정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정부 뿐만 아니라 기술 기업들도 아날로그 주파수를 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인텔은 채널 62∼69번 사이의 주파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피터 피치 인텔 통신정책 담당자는 “이 주파수 대역이 무선 브로드밴드인 와이맥스에 이상적인 대역”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