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 공업원구관리위원회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잘 정돈된 회의실은 여느 기술 선진국의 회의실과 차이가 없었다. 준비된 영상물이 방영되고 이어 투자유치국 부처장의 차분한 설명이 뒤따랐다. 그는 세제지원, 인프라 구축, 우수한 인력 공급계획, 저렴한 임대료 등 세계와의 경쟁뿐만 아니라 자국내에서도 유사한 공업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았다.
상하이 푸동신구청에서도, 항저우의 공업특구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제조의 왕국’이라는 별칭을 달고 세계의 공장을 유치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돈만 된다면 그들은 다 내어줄 듯 파격적인 조건을 들고 나왔다. 규모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 시설도 초 현대식이며, 심지어 공장완공 때까지 임대공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그러나 어느 공업구에서나 똑같은 꼬리표가 따랐다. 첨단 IT업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기존 구 산업은 이미 투자가치가 떨어져 부가가치가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첨단 IT산업을 유치해야 고용효과가 커지고 재투자의 여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새삼 강조하면서 한국의 IT업체 진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말은 곧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보다는 첨단산업을 유치해 기술경쟁에서 앞서 가겠다는 얘기다.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상징되던 중국산업이 기술산업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나섰다. 봉제산업이나 섬유산업은 중국에 발 붙이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술 역시 상당수준에 있다. 일부 IT산업은 한국과 거의 대등하거나 앞선 부분도 있다. 제조도 기술이 뒷받침돼야 존립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면서 저렴한 임대료와 완화된 규제, 값싼 노동력을 장점으로 선진국의 기술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더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전 세계 기중기의 4분의 1이 중국에 몰려 있다는 비유처럼 생산의 본거지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속내는 이미 기술을 향한 갈구가 더 크다. 그리고 그러한 갈구는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기술 연구소’라고 불러야 할 시기가 멀지 않은 것 같다.
디지털문화부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