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 유치` 유인책 급하다

 지난 2000년 이후 외국기업의 국내 신규연구소 설립이 계속 줄어들어 올해 30개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대해 IT테스트베드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생산거점이나 연구개발 거점 등에서는 외국에 비해 이점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외국기업의 신규연구소 설립 건수가 지난 2000년을 고비로 계속 하락해 올해는 30개 이상 유치가 어려울 것 같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기술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지난 97년부터 최근까지 외국기업의 국내 연구소 설립 건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33개던 신규연구소 설립이 2001년 106개, 2002년 80개, 2003년은 58개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현재까지 유치실적이 15개에 불과해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세계 정상급 연구기관 유치에 적극 나서고 나름대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외국기업의 기대치에는 아직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외국기업의 연구소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시행령을 서둘러 마련하고 기타 제도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는 일이다. 우선 올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인 외국계 기업연구소에 대한 현금지원제도의 세부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 세부 시행령 작업에 걸리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외국기업의 연구소 유치에 속도가 붙도록 해야 한다. 또 인력양성과 지원프로그램, 조세·경영·부지 등 경영환경 개선, 주거·학교·병원 등 생활환경 개선 등에 대한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우리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외국기업 연구소 유치에 주력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향상과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부처별로 R&D를 포함한 외자유치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외국기업의 투자나 연구소 유치를 통해 국내 생산 및 고용증대를 도모하고 기술력 향상 등의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기초·원천기술과 산업기술 개발을 통해 핵심산업의 고부가가치를 확대해야 하고 신산업을 창출해 나갈 수 있다. 그러자면 외국기업의 연구소가 한국에 올 수 있는 최적의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은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가 구축돼 IT분야의 테스트베드로서 충분조건은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연구소 설치를 망설인다면 이를 해소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외국기업들은 우리보다 조건이 좋은 중국과 인도 등지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따라서 경쟁국의 유치조건을 분석해 우리가 이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 중국과 인도 등은 싼 노동력과 각종 혜택을 조건으로 외국기업의 투자나 연구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외국기업 연구소 유치에 실패할 경우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이나 그 성과물을 공유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국가산업 발전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경제성장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한국이 동북아의 R&D허브로 발전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외국기업의 연구소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사항을 재점검해 속히 보완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지향하는 제2의 과학기술입국도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