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BT·MCI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아시아 각국 통신 시장의 개방을 촉진하고 각종 규제 조치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합체를 결성하기로 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는 14일 미국의 AT&T와 MCI,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과 케이블앤드와이어리스, 독일 도이치텔레콤 자회사인 T시스템 등의 업체가 주축이 되어 ‘APCC(Asia Pacific Carrier Coalition)’라는 연합체를 결성했다고 보도했다. APCC의 결성 목적은 공정경쟁을 가로막는 아시아 통신시장의 규제수준을 낮추는 데 있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 싱가포르 독점 통신사업자인 국영 싱텔에 압력을 행사해 ‘라스트 마일(기간망에서 개인 및 기업 가입자에 이르는 구간)’ 요금을 인하했던 것에 착안, 앞으로 아시아 각국 통신 사업자들과 규제 당국에 각종 규제 조치 완화와 해외 사업자 진입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 사업자들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라스트마일 요금이 유럽이나 미국의 요금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또 미국과 달리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 전화 가입자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가입자가 속한 전화회사가 이동통신사에 요금을 지불하도록 한 제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APCC는 라스트마일 요금이 인하되면 경쟁이 촉발되어 결국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아시아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WSJ은 APCC가 유럽 통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비그룹 ECTA를 모델로 삼고 있으며, APCC의 자세한 형태는 이날 발표된다고 전했다. APCC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의 신흥시장 뿐만 아니라 일본과 싱가포르 등 시장이 성숙한 곳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APCC에 참여하고 있는 호주 맥쿼리 코포레이트 텔레커뮤니케이션의 규제 업무 담당자인 매트 힐리는 “시장에서의 경쟁 활성화를 위한 첫 단계로 시장 자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맥쿼리는 퍼시픽 인터넷, 스타허브 등과 함께 호주의 지배적 통신 사업자인 텔스트라와 경쟁하고 있다.
APCC는 중국 등의 저개발 국가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기로 했다. 현재 중국은 유무선 네트워크 등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철저히 제한하고 있으며, 인도는 라이선스 획득에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등 간접 규제책을 사용하고 있다.
APCC 대표로 내정된 조 웰치 MCI 지역담당자는 “아시아 통신사업자들은 자사의 영역 안에서 독점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이로 인해 자국 내 신규 사업자와 외국기업들 모두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