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forum)은 고대 로마시대의 도시에 있던 광장을 일컫는다. 이곳에서 로마시민은 정치·사회적인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연설하고 토론하면서 여론을 형성했다. 로마의 공화정이 활짝 꽃 피울 수 있었던 데는 포럼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최근 IT산업 전반에 포럼이라는 이름을 붙인 단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IT 관련 수많은 포럼도 과거 로마시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주제를 갖고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의견을 수렴한다는 점에서 포럼의 형식과 결코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비슷한 포럼들이 마구 만들어지면서 과연 무엇을 위한 모임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한 둘이 아니다. 참가자들의 면면이 거의 비슷하고 주제발표나 토론 또한 거의 비슷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IT산업이라는 한정된 영역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상황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구태여 그 많은 포럼이 존재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다원화된 사회, 복잡화된 산업구조 속에서 서로의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는 모임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IT관련 포럼이기에 여기에서 나온 의견이 관련 산업계를 대표해 산업발전은 물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은 한 둘이 아니다. 새로운 포럼이 등장할 때마다 기대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업무에 바빠서 얼굴 보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루어지는 모임이라면 구태여 포럼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다. 주제발표에 이어 참석자들이 한 주제를 놓고 활발한 의견개진과 함께 치열한 논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포럼 본래의 정신이 지금의 IT관련 포럼에서 재현되기를 기대해 보는 것은 과욕일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포럼이 취미나 기호를 같이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인 동호회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