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대문호이자 사상가다. 그는 ‘부활’과 ‘전쟁과 평화’ 등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경제학자도 아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부(富)는 거름과 같다. 그대로 쌓아 두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그러나 땅에 뿌리면 토지를 기름지게 만든다.” 그 당시도 돈 가진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고 쌓아 놓고만 있었던 모양이다.
요즘 기업의 투자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투자가 부진해 미래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톨스토이가 한 이 말은 우리 기업CEO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가 아닐까 싶다.
기업의 투자가 부진해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면 결과는 자명하다. 기업경쟁력은 높아질 수 없다. 선진경제로의 도약도 어렵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는 한낱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우리가 지금의 불황을 딛고 재도약하려면 미래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절대 필요하다. 투자 없는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기업인들은 투자부진의 이유로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규제강화 등을 든다. 그런 점이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우선 정부는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 규제개혁, 노사안정 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다음은 기업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다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 창업주 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인물들이다.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그들의 기업가 정신, 도전정신이 삼성과 현대를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지금 그런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세계시장의 문 빗장은 풀려 있다. 골 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다. 선수는 실력만 있으면 골을 넣을 수 있다. 시장에서 믿을 건 기술력과 제품의 질이다. 치열한 경제전의 전사(戰士)는 기업이다. “불황일 때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경기부진은 경기회복의 예고편이다. 호황일 때 투자하면 이미 때는 늦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기업 하기 나름이다. 우리 제품 중에서도 ‘잘나가는 브랜드’는 불황과 거리가 멀다. IT수출의 주역인 반도체, 휴대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불황을 건너뛰는 이런 제품들이 그냥 잘 팔리는 게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예측해 대비하고 집중 투자를 한 결과다. 묵묵히 땀 흘린 노력의 열매를 지금 따고 있는 것이다. 경제에 우연이나 기적은 없다. 질 좋고 차별화한 제품을 만들면 안 팔릴 이유가 없다. 제조업에 투자 안 하면 돈이 갈 곳은 어디일까. 모르긴 해도 투기자금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주택가격이 급상승한 것도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몰려 일어난 일이 아닌가.
벌써 가을의 길목이다. 하늘은 티없이 맑고 높다. 태풍이 심화를 돋우기도 하지만 가을은 수확의 절기다. 그 수확도 그냥 얻는 게 아니다.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뙤약볕 아래 땀 흘리며 곡식을 가꾼 결과다. 한 알 입에 놓고 깨물면 단맛이 가득 고이는 포도도 땀의 대가다. 돌담이나 울타리에 자리잡은 호박도 씨를 심었기에 자랐다. 가을의 모습 속에는 농민이 흘린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봄에 심은 게 없으면 가을에 거둘 것도 없다. 그게 삶의 인과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투자 없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 투자기피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포기하는 일이다. 이제 그 선택은 기업인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