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아듀 LG IBM

 LG IBM의 모회사인 한국IBM과 LG전자가 기업 분할을 결정했다. 내년 1월이면 빨간색의 LG IBM 로고를 볼 수 없게 된다.

 LG IBM이 설립된 것은 지난 1996년 11월이다. 컴퓨팅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인 IBM과 LG전자의 합작사 설립은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8년여가 지난 현재 LG IBM은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컴퓨팅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LG IBM의 분할은 IBM 본사와 LG전자 간의 전략적인 계산 때문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해된다. 굳이 원인 제공자를 따지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LG IBM의 비즈니스가 형편 없이 나쁜 상태여서 해체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양사의 전략적인 판단 때문에 잘 나가는 업체를 해체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남는다. LG IBM의 고위 관계자는 “어렵게 회사를 본 궤도에 올려 놓았는데 해체한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IBM과 LG전자가 ‘합의이혼’키로 했기 때문에 해체 절차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당사자인 LG IBM의 직원이다.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회사가 갑자기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스스로의 책임보다는 모기업의 결정에 따라 같이 일하던 직원들도 둘로 쪼개지게 됐다. 마치 한 가정을 꾸몄던 부부가 이혼을 하자 자식들이 부모 중 하나를 따라가야 하는 모양새다. 한국IBM과 LG전자는 각각 흡수하는 사업 브랜드별로 관련 인력을 함께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정식 직원, 특히 영업 부서 직원들은 실직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비정규 직원과 총무·관리 등 지원 부서 직원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8년여 만에 LG IBM을 매출 4000억원대의 중견 컴퓨팅 회사로 키워 놓은 직원들이 ‘부모의 이혼’ 때문에 버려지는 아이 신세가 된다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글로벌기업인 IBM과 LG전자가 명성에 걸맞게 끝마무리도 깔끔하게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컴퓨터산업부=이창희차장@전자신문,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