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수출 200억달러 시대](4.끝)차세대 휴대폰 선점하라

지난달 23일 제주도 신라호텔. 전세계 4세대(4G) 관련 연구원 15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삼성전자 주최로 열린 ‘삼성 4G 포럼’. 올해로 두번째다. 삼성전자는 4G 포럼을 통해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2G와 3G에서 유럽과 미국 기업들에 밀렸지만, 4G에서는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은 현재 비욘드3G(Beyond 3G)와 4G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며 “4G 표준은 세계 1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G는 이동중에 100Mbps, 정지중에 1Gbps의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현재 삼성전자와 NTT도코모, 노키아 등이 4G 분야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휴대폰업계는 수출 200억달러 달성은 눈 앞에 뒀지만, 핵심 기술 부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국내 휴대폰업계는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냈지만, 덕분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칩 업체인 퀄컴은 물론 일본의 카메라모듈, 유럽형이동전화(GSM)칩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이동통신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휴대폰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대부분의 핵심기술을 물론 부품까지도 수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 삼성전자와 2위 다툼을 벌이는 모토로라, 유럽의 맹주 지멘스와 에릭슨 등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아날로그에서 3G에 이르기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 기업들이 3G부터 핵심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2G까지 디자인과 브랜드로 승부했던 국내 대표 휴대폰 업체들은 핵심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 국제 기구에 특허를 등록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100여건의 휴대폰 관련 기술을 3·4G 표준으로 등록했으며, 3000여건의 특허를 27개국에 출원중이다.

LG전자와 팬택계열도 최근 4G 테스크포스팀을 결성하는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LG전자 안승권 부사장은 “국내 휴대폰업체들이 독자적인 베이스밴드칩 개발을 구상하는 등 원천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노키아 등 세계적인 업체들을 앞지르기 위해서는 이들과 견줄 수 있는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과 함께 시장 개척도 관건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한국 휴대폰업체가 미국과 유럽의 토종업체들을 추격하는 형국이었지만, 이머징(신흥) 시장에서는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 브랜드가 하이엔드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특히 최근 세계 최대 경제 개발국으로 떠오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에서 한국 휴대폰업체의 위력은 결코 노키아나 모토로라에 뒤지지 않는다. 국내 휴대폰업계의 계획대로라면, 오는 2010년에는 삼성전자(1위)·LG전자(3위)·팬택계열(5위)·SK텔레텍(10위) 등 무려 4개업체가 10대 메이저 휴대폰업체로 올라선다. 휴대폰 시장이 매년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5년내에 국내 휴대폰 수출은 10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하다. 전제 조건은 기술과 시장을 모두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