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브라운대학이 전 세계 198개국을 표본으로 실시한 각국 정부기관의 인터넷 서비스 수준 평가에서 한국이 32위에 그쳤다는 소식이다. 인터넷 강국 또는 IT강국으로 자처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지난해 87위 수준보다 많이 향상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전자정부 서비스를 개통한 지난 2002년 대만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됐던 것을 감안하면 다른 나라가 전자정부 서비스를 꾸준히 진전시킨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진전 정도가 느리거나 크게 뒤지고 있으며 아직 개선할 사항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세계 전자정부 평가는 브라운대학이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조사, 발표해온 것 중 하나고 또 각국 정부가 운영중인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전자간행물·데이터베이스·장애인 이용 가능성·프라이버시·보안·온라인서비스 수 등 20여 가지 항목에 걸쳐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인 만큼 우리나라가 참고 자료로 활용해도 별 무리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에 걸맞은 전자정부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서비스가 개선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번 브라운대학의 평가보고서에서도 지적됐듯이 정부 기관 웹사이트가 작동하지 않는 링크를 갖고 있거나 로딩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잘못된 사이트로 연결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또 장기간 경신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링크된 e메일 주소가 담당 관리보다 웹마스터 주소로 된 경우가 많아 시민과 정부 관리 간 의사소통을 어렵게 한다는 점도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다.
이와 함께 전자정부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양적인 측면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전자정부는 단순히 온라인을 통한 정부시책 알리기나 민원서류 발급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종이대장을 없애는 등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겠다는 것도 전자정부와 분명 어울리는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자정부의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또 전자결재비율을 높인다고 전자정부 서비스가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것보다는 부처 간 장벽이 없는 지식의 공유와 이를 통한 지식정부의 구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최근의 행정은 특정 부처 업무뿐 아니라 모든 변화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합리적인 정책결정이 불가능한 복잡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인터넷으로 증명서를 발급한다든지 민원업무 온라인화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만으로 대국민 서비스 혁신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누구나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모든 민원 행정서비스를 가능케 한다는 편리성 제고 못지않게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보안 등도 항상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전산망이 마비되고 공공사이트가 해커들에게 빈번하게 뚫리는 것을 생각하면 보완이 시급한 부문이다.
3000만명을 넘는 인터넷 이용자와 1000만명을 넘어선 초고속 인터넷 접속자 수로 세계적인 IT 강국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는 이제 행정전자화나 전자적 민원처리 몇 건이라는 식의 양적 성과에 안주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이보다는 정부가 축적한 지식이 보다 고부가가치로 활용되게 하고 궁극적으로 합리적인 정책결정과 국민이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