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시장의 과잉경쟁을 막고 투자를 효율화하기 위해 추진해온 통신사업자(IS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간의 협력 모델이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정부의 광대역통합망(BcN) 시범사업자 선정에 탈락한 SO들이 BcN 사업 독자 추진을 위해 세력 규합에 나서면서 기존 통신사업자들과의 협력 관계 유지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됐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협의회(회장 유재홍)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BcN 사업 독자추진 결정을 재확인했다. SO협의회는 광동축혼합망(HFC)망을 바탕으로 NGNA 등 관련 기술을 도입해 100Mbps급 전송이 가능한 BcN 서비스 모델과 기술 표준을 독자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사무국과 케이랩스(Klabs)가 ‘케이블BcN 컨소시엄’을 실무 지원하며 전담팀 설치도 검토중이다.
SO협의회 관계자는 “정통부가 통신사업자와의 협력을 요구하지만, IPTV 등으로 경쟁이 예상되는 통신사업자와는 현실적으로 BcN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라면서 “개별 SO의 이탈을 단속중”이라고 말했다.
유재홍 SO협의회장은 “SO들이 자가망을 갖춰 충분히 BcN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HFC망의 장점을 살려 서비스와 기술표준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K텔레콤이 주관사인 ‘유비넷 컨소시엄(주관사 SK텔레콤)’은 방송사와 SO의 참여없이 이번주 안으로 한국전산원과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참여사인 하나로텔레콤이 SO들과 여러 통로로 접촉해왔으나 독자 컨소시엄 출발로 협의가 가로 막혔다”면서 “충청방송 정도만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측은 “올초부터 SO들과 공동 마케팅 협약을 체결, 26개의 개별 SO와 17개의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와 협약을 맺었으나 최근엔 제휴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다”라면서 “SO들이 BcN 독자 추진 이후 통신사업자와의 협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하나로는 파워콤의 임대망 대신에 자가망을 가진 SO에 일정 사용료를 내고 초고속인터넷망을 빌려쓰는 대신, 방송(SO)과 인터넷(하나로)으로 역할을 나눠 공동 영업을 펼쳐 약 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정부 관계자는 “BcN 시범 사업을 통해 각 분야별 다양한 협력모델을 유도했는데 마치 통·방 융합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과열 양상마저 보인다”라면서 “방송사업자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연·유병수기자@전자신문, jyjung·bj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