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통신위 중복 감사

 “낮에는 국군, 밤에는 빨치산에 줄을 서는 한국전쟁 때 같다.” “통신위에 맞고, 공정위에 또 맞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공정위의 압수 수색 후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아무 조치가 없어 수임료만 나간다.”

 공정위의 이통사 담합조사,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압수수색 조치 후 통신사업자의 입이 한참 튀어나왔다. 규제기관끼리의 영역 다툼에 사업자만 손해를 본다는 불만이다. ‘도무지 정부 때문에 뭘 할 수가 없다’는 기업 특유의 투덜거림도 주파수가 한층 높아졌다.

 실제로 통신서비스 규제를 놓고 공정위와 통신위가 벌인 갈등은 맺고 끊음도 없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된다. 아닌 말로 공정위와 통신위 입장에선 일단 소강국면인 상황에서 껄끄러운 역할 분담 문제를 들쑤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통신시장 규제는 통신위가, 소비자에 피해가 가는 불공정 사례는 공정위가 다룬다’는 말장난만 떠돈다.

 이 때문인지 국회 과기정위와 정무위에서 통신위와 공정위에 이틀 간격으로 증인을 불러냈다. 속된 말로 ‘더블’을 뛰는 셈이다. 정작 신청 의원들도 양측 입장을 명확히 알지 못하겠으니 일단 불러내 들어보겠다는 식이다. ‘보내온 입장이 워낙 기본적인 사항이고 애매해 직접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는 뭐라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다.

 공정위와 통신위로선 까다로운 주제로 두 상임위에 이틀 간격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불만일 게 뻔하다. 두 위원회의 접근이 특별히 다를 것 같지도 않다.

 윈윈이 아니라 그야말로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다. 오히려 일부 사업자는 불만 가득한 얼굴이면서도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사업 허가권 부여와 시장에서의 규제, 당근과 채찍을 들고 통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정통부의 일방적인 주도권을 공정위를 이용해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하는 와중에 시장과 소비자만 소외된다.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고 태운 초가삼간’이요, ‘재주 넘는 곰과 돈 챙기는 사람이 다른 게임’을 사업자도 아닌 정부가 벌이고 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