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소침한 인텔, 잘나가는 AMD"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제왕 인텔이 요즘 의기소침해 있다. 인텔의 일부 새 칩 출시가 제조 문제로 지연됐고 일부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반면 실리콘 밸리 경쟁사인 AMD는 일부 분야에서 선두자리에 나서면서 인텔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인텔 문제는 주주들을 분명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기술 구매자나 사용자 모두에게 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평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산타 클라라에 본사를 둔 인텔의 최근 실책은 이 회사가 세계 굴지의 제조업체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지난 7월 이 회사 크레이그 배럿 최고경영자 (CEO)는 자사 실책에 대해 직원들을 나무랐다. 또 지난 달 초 인텔은 칩 수요 약화를 근거로 현분기 매출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이 회사 폴 오텔리니 사장 겸 배럿 CEO 후계자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폐막한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현 상황이 좋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그는 단기적인 자사 재무전망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대기업도 실수는 하는 법이다. 문제는 실수를 어떻게 극복하는 가에 있다. 인텔이 컴퓨터 칩이라는 핵심 시장에서 지배적 존재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인텔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AMD의 최근 실적을 보면 그런 독점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듯 싶다. 서니베일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판매와 순익 등 여러 면에서 1위 업체인 인텔과 차이가 많이 나는 2위 업체다. 하지만 이 회사는 탄탄한 경쟁 상대 앞에서 굴하지 않는 결단력과 기술 혁신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AMD는 늘 인텔의 추종자 입장이었으나 소매 시장에선 간혹 인텔을 제치고 있다. AMD의 두드러진 행보는 두가지다. 하나는 이른바 64 비트 기술에 대한 AMD의 신속한 대응조치다. 오늘날 전형적인 데스크톱 컴퓨터 프로세서는 32 비트다. 이는 한번에 32 조각의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의미다. 한번에 64 비트를 처리한다는 것은 칩이 메모리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AMD는 인텔과 달리 자사 옵테론 64 비트 칩의 호환성을 유지했다. 현재의 32 비트 세계에 맞게 짜여진 기존 애플리케이션들은 옵테론에서도 그대로 돌아갔다.인텔은 다중(멀티) 코어 분야에서도 AMD보다 한발 뒤졌다. AMD는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 2개를 통합한 이른바 듀얼 코어(dual core) 프로세서 분야에 먼저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반면 인텔은 듀얼 코어 칩을 자체 개발해 출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그 출시 시기에 대해선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트랜스메타나 비아 간 경쟁이 그렇듯이 AMD와 인텔의 치열한 경쟁도 결국 고객에게 혜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이 안 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