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법의 여신은 한손에 법전을 들고 한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저울은 법이 만인앞에 공정함을 뜻한다. 법이 공정하지 않으면 그 법을 따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공정함은 법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의 가장 무서운 잣대이다.
법을 제정하는 기준은 그 시대의 통상적인 관습과 문화이다. 상식의 범주에서 벗어나 법의 제정이 이루어진다면 겸허히 따를 이 없다. 오랜 문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만든 법 또한 설득력이 없다. 가장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문화를 내포한 법만이 모든 국민이 수긍하고 따른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측과 존속시켜야 한다는 측의 정치 공방이 연일 언론을 도배한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다. 각자의 논리도 있다. ‘이데올로기를 앞세우는 시대는 지났다’는 폐지론과 ‘국가존속을 흔들리게 하는 처사’라는 존속론이 위태로운 외줄을 타고 있다. 어느 논리에 손을 들어주기가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결국 법의 존폐도 힘의 논리로 갈 것이다. 그러나 그 법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따른 것인가는 미지수다. 통상적인 관습이 스며들지 못하고 오랜 문화를 흡수하지 못한 법은 국민들이 수긍하지 못한다.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는 많은 법률들이 제·개정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법률(안)’도 입법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다. 산업관련 종사자들이야 당연히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에는 문화로 자리한 산업이라는 인식과 폐해가 많은 불건전한 놀이라는 인식이 공존한다. 양측의 논리 역시 정당하다.
관건은 입법담당자들의 시각이다. 게임을 건전한 산업으로 인식할 경우 법률은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매개체라고 인식한다면 법률은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둘다 맞는 얘기다. 하나는 산업을 우선하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 보호를 우선한 논리다. 선택의 어려움이 확연히 드러나는 법률이다.
잣대는 결국 시대의 문화를 녹여내는 것으로 귀결돼야 할 것이다. 시대상황이 무엇을 요구하느냐를 입법담당자들은 먼저 찾아야 한다. 어려운 선택이지만 해야 한다면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기준이 현시대의 요구와 문화상황이라면 좋다. 실수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