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은 땅따먹기 게임을 하며 살아온 셈이다. 단순히 무기를 가지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전쟁뿐 아니라 경제, 문화, 정치, 심지어는 체육 분야에서까지도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국가적으로 경쟁하는 환경에서 영토 확장의 시도는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사이버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이버 세계가 우리의 눈앞에 빠르게 펼쳐지고 있다. IT기술의 변화와 발전은 국가 간의 벽을 허물고 또 다른 모습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필자는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이러한 경쟁을 ‘사이버 전쟁’이라고 표현하려 한다. IT기술의 우위를 점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국가가 상대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곧 그 나라를 지배하는 데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IT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선두그룹에 포진해 있다. 물론 반도체 개발의 성공, 초고속 인터넷의 조기 구축, 그리고 무선 통신사업의 확장 등이 얻어낸 결과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정부와 국민의 합의적인 노력이 일구어 낸 결과라고 생각된다. 차제에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에 전 세계를 장악하는 정복자의 꿈을 키워보면 어떨까.
IT를 기반으로 한 세계 정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마치 전통적인 전쟁에서 군인과 무기를 준비하는 사전작업이 필요함과 같다.
첫째로 세계 최고의 IT기술력을 가져야 한다. 세계화된 환경에서는 2등으로 성공한다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일등만이 존재하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기술 개발에 있어서 80점까지 도달하는 데 우수한 역량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기술력을 100점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의 노력의 배 혹은 그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에 투자하고 이를 산업화하는 노력이 국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도 국가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의지가 현실화되는 데 대한 걸림돌을 걷어내는 일이 급선무이긴 하지만 첫번째 단추는 정확하게 꿰고 있는 셈이다.
둘째로 인력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특히 미래의 주역이 되는 청소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나치게 현실의 기득권자에게로 투자되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없이는 청소년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하다.
셋째로 온 국민이 IT를 생활화하는 의식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단순한 생활 편익을 위한 입장에서 진일보해 세계 정복을 꿈꾸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으로부터 인터넷이 겨우 보급된 낙도의 국민에 이르기까지 IT를 통해 생활하는 데 익숙해져야 국내 시장이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로 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IT로 세계를 장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정부는 현실의 안주에 머무르지 말아야 하며, 기업은 세계로 도약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세계 정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인력과 상품을 수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가적 영향력을 넓혀가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할 때가 왔다고 본다.
침략당하고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발버둥치던 역사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새로이 떠오르는 21세기에는 우리가 세계의 주인이 되는 역사의 페이지를 쓰자. IT라는 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여건이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10년 혹은 20년쯤 후에는 IT를 통해 세계를 정복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자랑스럽기를 기대한다.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정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