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명문 사립대학이 1학기 수시모집에 고교등급제를 도입하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전국의 모든 고교에 서열을 매겨 과거에 입학한 실적을 기준으로 특정학교에 등급을 매기는 신판 연좌제나 다를 바 없다. 결국 선배들의 최근 진학 성적에 따라 후배들도 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첫째, 현행 고교평준화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한다는 점이다. 현재 평준화제도는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고 모든 일반고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등급제는 성적을 기준으로 일류·이류·삼류 식으로 학교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다.
둘째, 고등학교에 서열을 매기면 입시열풍이 거세지고 사교육비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우리나라 학부형의 과열되고 비뚤어진 교육열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누구든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실정에서 등급제를 도입하면 당연히 중학교 때부터 명문고나 높은 등급의 학교를 가기 위해 치열한 입시 경쟁을 할 것이며 이는 필히 과외·개인교습 등 사교육비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셋째, 피해와 불이익을 받는 학교와 학생이 생겨난다. 현재 평준화 상태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고교를 배정받는데 실력이 좋은 학생이 등급이 떨어지는 학교에 배정받게 되면 이 학생은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지방이나 농촌학교에 있는 유능한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등급제는 대도시나 중상류층에 교육 기회를 몰아주고 이들이 독점하게 하는 효과를 유발한다. 이것이 심화되면 국가적인 민심 분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넷째, 현재 드러난 성적만을 기준으로 우수한 학생을 편하게 뽑으려는 대학의 발상도 문제다.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력도 중요한데 이를 외면하고 현재 드러난 성적에만 의존해 선발하려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우수하고 가능성 있는 인재를 다 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등급제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하므로 이를 다각도로 연구해야 한다. 고교등급제는 비강남권과 지방학생들에게 엄청난 불이익과 피해를 주므로 강력히 단속하고 행정 지도해야 한다.
장삼동·회사원·부산시 사하구 신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