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신성장동력과 벤처 활성화 정책

참여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IT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튼튼한 나라, 잘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 우뚝 선 나라를 만들어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정보 강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2003년 7월에 정부는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10대 산업 및 세부 품목을 선정했다. 10대 신성장동력산업은 디지털 TV방송, 차세대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 등으로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유망산업이 선정됐다.

 하지만 신성장동력 산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책이 자칫 잘못된다면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가 경제 구조를 문어발식 대기업 재벌 중심의 IMF 이전 체계로 돌려놓고, 중소·벤처 기업은 다시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경쟁력이 약화되는 치명적인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함에 있어 민간기업이 우선 앞장서고 대학·연구소가 협력하며 정부가 매칭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면서 산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선정된 신성장동력산업은 특성상 대규모 투자자금과 많은 고급 인력이 필요한 미래성장 산업들로 구성돼 있다. 더욱이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은 미래 성장엔진으로 이들 산업에 이전부터 막대한 투자 계획을 갖고 준비해오고 있었다. 이들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기업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미 투자해 오고 있는 부문들을 정부와 대학, 연구소 지원까지 받으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그야말로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 되었다.

 하지만 벤처기업은 신성장동력 산업을 주도할 만한 자금력과 인력 부족으로 대부분 대기업 주도하의 컨소시엄에 하청업체 개념으로 합류하든지 그렇지도 못한 기업은 경쟁력이 약화돼 점차 자생력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엄밀하게 따지면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정책은 대기업 위주의 지원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대기업이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참여정부 들어 벤처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부재하고 대부분의 정부 지원이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참여정부의 벤처정책은 시장의 원리에 입각하고 있다. 2003년 10월에 공표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에서도 핵심은 시장원리에 입각해 시장경쟁력 없는 벤처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M&A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원리에만 입각한 벤처정책은 마치 이제 걸음마를 하는 어린아이(벤처기업)와 성인(중견, 대기업)을 같은 조건에서 권투 경기를 하게 해 승자를 가린 후 승자에겐 우승금을 주고 패자는 퇴출시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신성장동력산업의 추진에 있어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육성과 지원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정부는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력을 양성해 제공하며 시장을 개척하고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신성장동력산업의 육성을 위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및 세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 신성장동력산업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시설과 기자재를 지역별로 구축해 벤처기업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신성장동력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운영할 전문인력 양성에 과감히 투자하고 이러한 기술인력과 경영 및 마케팅 자문인력을 벤처기업에 인력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외 신성장동력산업 관련 기술 및 시장에 대한 정보를 벤처기업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며, 벤처기업의 신성장동력산업 관련 기술과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소개하고, 마케팅 및 판매를 대행해 주는 벤처기술마케팅 기관을 신설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및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안종배 한세대 교수 daniel@adglob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