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총리와 과기계의 불안

 지난 1일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과기계 출연(연) 육성관련 법률안이 처리됨으로써 ‘국가혁신체계(NIS) 정립’을 위한 과기부 개편작업이 일단락됐다.

 이번 법률안 통과 과정에서는 여타의 법안과 달리 여야의 대립 없이 속전 속결로 통과됐다고 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이번 같은 전례가 없다며 자화자찬하고 있고 법률안 통과의 최대 수혜자이자 당사자인 과기부 역시 표정 관리에 여념이 없는 모양이다. 과학기술인을 최고로 대우했던 박정희 정권 이후 과학기술 부총리까지 만들며 과기계에 힘을 실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과기계 내부에서는 이번 과학기술계 개편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의 목소리 반영 등 소프트웨어적인 내용 변화는 없이 행정조직 체계 등 ‘껍데기 바꾸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과제의 방향을 새로이 맞이한 주관부처의 입맛에 맞춰 재설정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어쨌거나 과기계가 NIS정립으로 혼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책 연구사업을 담당하는 한 교수는 “과기부에서 산자부로 사업이 이동하면서 벌써부터 원천기술개발 목적의 사업계획을 상업화 기술 위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10년을 내다보는 기반기술 구축 사업이 부처 이관으로 연구 목표를 다시 설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우려가 현실로 됐음을 토로했다.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 혁신을 이루려는 갖가지 정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NIS를 보다 선진적이고 생산적이며 국제경쟁력을 갖춘 체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정체계 개편만이 아니라 현장의 과학자와 연구자들의 실체를 한 단계 높이는 작업이 진정한 혁신인 것이다.

 부총리와 관계 부처 공무원들의 국가과학기술혁신체계 구축 취지도 좋지만 많은 현장 연구자가 공감하는 연구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이달 말이면 과기부 장관이 명실상부한 부총리로 승격된다. 과학기술입국을 주도하는 중심에 연구자들이 함께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경제과학부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