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가입자의 전화번호를 안내해 주는 ‘411 서비스’의 시행을 놓고 미국 통신사업자와 의회, 그리고 시민단체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통상·과학·교통위원회 주최로 열린 청문회에선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휴대폰 가입자의 411서비스를 놓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으니 규제해야 한다”(의회, 시민단체)는 의견과 “규제는 신기술과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통신사업자)이라는 의견이 대립했다. 현재 7개 미 통신사업자 중 대부분 통신사업자들은 내년초부터 수익성 향상을 위해 휴대폰 411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의회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규제 법안을 상정해 놓고 있는 상태다.
◇통신사업자들, 411서비스 강행 입장 밝혀=미국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싱귤러를 비롯해 AT&T, 와이어리스, 넥스텔, 스프린트, T모바일, 올텔 등 6개 통신사업자들은 내년초부터 이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미 세부 서비스 원칙을 상당 수준까지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서비스 이용요금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411 안내 서비스 한 통화당 1달러만 받아도 막대한 수입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싱귤러 등 사업자는 이 서비스를 직접 하지 않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인증 전문업체인 큐센트에 위탁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큐센트의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콕스는 “휴대폰 411 안내 서비스는 정보 제공을 허락한 가입자에 한해 전화번호만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규제하는 법안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 서비스가 인쇄물이나 인터넷으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완벽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 우려하는 이 서비스의 텔레마케팅 도용 문제에 대해서도 “보안 장치가 완벽해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이 서비스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존의 데니스 F. 스트리글 버라이존 사장은 “만일 이 서비스가 시행된다면 4000만명에 달하는 우리 고객이 즉각 탈퇴할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고객들을 프라이버시의 벽으로 보호해야한다”며 “왜 이 벽을 무너뜨리려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시민단체들, 사생활 침해에 한 목소리= 휴대폰 411안내 서비스의 사생활 침해 문제를 우려한 의원들은 현재 ‘무선 411 서비스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법률(Wireless 411 Privacy Act)’를 제정, 이를 규제할 계획이다. 이 규제안은 휴대폰 가입자들이 전화번호 인명록에 들어갈 경우 이를 미리 고지하고 또 사용자가 원할 경우 인명록에서 삭제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을 만든 바바라 박서(캘리포니아주·민주)와 알렌 스펙터(펜실베니아·공화)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만일 이 서비스가 시행된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면서 “411 법안은 그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휴대전화를 거는 사람 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비용을 부담하게 되어 있는데 이들 의원들은 “소비자 혼란 뿐 아니라 인명록에 올라간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비용도 부담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점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