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감과 아쉬움.’
MP3폰 문제를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다. MP3폰 문제가 불거진 지 벌써 7개월. 수많은 논의가 진행됐고 때로는 끝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변수에 당혹감을 느끼고 그 결과에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다. 상식적인 결론을 기대하다가 뒤통수 맞기 십상인 것이 MP3폰 문제다.
왜일까. 첨예한 사안이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형식적인 모범답안일 뿐이다. MP3폰을 둘러싼 상황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암투와 책략이 드러난다. 이 같은 어둠의 변수들이 논의를 비상식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차마 기사로 전달 못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가지 드러내놓고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MP3폰 문제를 다루는 이해당사자들이 겉으로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지나치게 실리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 보이는 실리에만 말이다.
이익을 좇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논의가 개별 이통사와 음악 권리자의 이익 창출에 집중되면서 ‘이동통신시장과 음악콘텐츠 시장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큰 목표는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난 것 같다. 기본 목표를 상실한 논의는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이 얻어낼까’라는 지엽적인 문제의 부각과 함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마무리 단계인 LG텔레콤과 음악 저작인접권 단체들과의 협상도 이해 당사자들만 놓고 봤을 때는 분명히 ‘윈윈 제휴’로서의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협상 당사자들조차 ‘이번 협상 결과가 전체 시장의 발전에 도움을 줄까’라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LG텔레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LG텔레콤이 선수를 쳤을 뿐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과 협상하지 않은 음악 권리자들도 상황에 따라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것이다. 각자의 이익은 챙겨야 한다. 다만 가끔식은 현재의 결정이 향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MP3폰은 디지털콘텐츠 시장의 발전과 몰락이라는 두 가지 결과를 모두 불러올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문화부·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