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학생 선발과 교과 설계, 심지어 교수까지 지정하는 소위 주문형 석사 제도를 고려대 공대가 추진한다고 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기업체는 자신들이 희망하는 교수가 특정 강의를 맡도록 결정할 수 있으며, 학생은 기업체가 지정한 교수의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또 강의에는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이 3년 계약의 교수 자격으로 강의에 참여해 실무를 가르친다고 한다.
고려대는 수강 학생을 학부 4학년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선발하고 이들에게 석사과정에 필요한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보도대로라면 더 공부하고 싶지만 돈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못하는 공대생들에게 무척 유익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또 ‘현장에서 바로 쓸만한 사람들이 없다’고 늘 불평해오던 기업들의 불만도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졸업생들이 기업에 취업해도 산업현장에서 적응하는 기간은 보통 2∼4년 걸린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분명 이 제도는 대학과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본래 목적인, 전반적인 지식을 갖춘 교양인 양성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의 목적은 기업이나 산업현장에서 바로 쓰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다. 종합적인 사고를 가진 평범한 교양인을 기르는 것이다. 기업은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이철승·서울시 도봉구 쌍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