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명(孤掌難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손바닥 하나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서로 같으니까 싸움이 난다는 뜻이다.
요즘의 정보통신부와 삼성전자·SK텔레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앞세워 단말기 사업 확대를 천명했다. 오는 2007년 글로벌 톱10에 진입시키겠다는 게 SK텔레콤의 야심이다. 삼성전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이동통신사업의 지배력을 가진 SK텔레콤의 가공할 위력 때문이다. 휴대폰 테스트베드격인 국내 시장의 성공 없이는 세계 시장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SK텔레콤 역시 단말기 시장 지배력을 가진 삼성전자가 위협적인 상대다. 고객의 서비스 선택권이 단말기에 의해 좌우되는 시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1위 사업자의 지위마저 위태롭다. 때문에 지배적인 제조업체와 서비스사업자 간의 상호 협력보다는 경쟁적인 요인이 부상했다.
거대 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진 두 기업이 상대 시장을 넘보는 상황으로 진전되면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서비스 선택권이 단말기로 넘어온 이상 제조업의 지배력을 활용해 이통사들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한다. SK텔레콤 역시 서비스시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 고객 접점인 단말기의 위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정통부가 SK텔레콤의 단말기 사업을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차관이 모스크바 출장중 운을 뗐다. 곧이어 실무 국장도 거들고 나섰다. 마침내 법안까지 마련할 태세다. 서비스사업자의 단말기 제조업 진출은 국가 산업인 휴대폰의 산업 경쟁력을 갈아먹는다는게 주 이유다. 공정위가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하는데 정통부가 법안을 들고 나왔다. 주무부처의 수장인 진대제 장관이 거론되는 이유다.
장관이 특정기업 출신인 데다 거액의 주식을 보유한 이해당사자다. 시민단체가 진 장관 취임 당시 주식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만약의 상황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진 장관은 백지신탁을 선택했다. 특정기업은 물론 삼성전자다. SK텔레콤의 단말기사업 확대와 삼성의 주가는 상관관계가 있다. 얼마전 삼성전자가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통신서비스사업자의 제조업 진출의 위험성에 대한 보고서가 새삼스런 것은 이 때문이다. 세간의 이런 우려 (?)가 억울하다면, 지금이라도 주식은 백지신탁이 아닌 포기가 옳다.
IT산업부·박승정 차장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