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중인 두루넷에 대한 매각 공고가 내달 15일 전후로 예상된 2차 입찰에 누가 나설지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말 입찰 유찰 이후 통신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재매각 공고가 상당히 늦어진 데다 후보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휴대인터넷, 광대역통합망(BcN) 등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매각 대행을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매각 공고 시점을 놓고 막바지 저울질중이며, 두루넷은 경쟁사들의 비난에도 불구, 참여업체 늘리기를 위한 과열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통신서비스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두루넷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인수자가 선뜻 결정을 하지 않아 또다시 공회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인수 의욕 다소 시들=지난해 두루넷 입찰 때만 해도 사활을 걸다시피 하며 인수전을 벌였던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다소 관망세로 돌아섰다.
정홍식 데이콤 사장은 지난 7월 “두루넷이 60% 이상 파워콤망을 쓰는 만큼 독자적으로 회생할 수 있으면 데이콤에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데이콤 관계자는 “일단 공식적인 입장은 자금을 확보해 입찰에 응한다는 것”이라면서도 “최종 결정을 공고 이후 상황을 봐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자금 사정에서 무리하면서까지 가입자망을 확보할 필요가 있겠냐는 대내외 지적도 만만치 않은데다 그룹측과의 통신사업에 대한 비전 조율이 끝나지 않아 여러 변수가 잠복했다.
하나로텔레콤측은 초고속인터넷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높이려면 가입자를 100∼120만 정도 가진 두루넷을 인수해 과열경쟁 구도를 깨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추진중인 SO와 공동 마케팅 등 협력 모델도 한계가 있는 만큼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최근 하나로 내부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4000억원 이상을 자금을 들여 두루넷을 인수하는 것보다 브로드밴드TV, 휴대인터넷 등 신규사업에 힘을 싣는 게 낫다는 것.
서정식 하나로텔레콤 상무는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두루넷의 초고속가입자는 여전히 의미있다고 본다”면서 “가입자의 가치를 실사를 통해 평가해봐야겠지만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 하나로 사업의 시너지를 늘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루넷, 몸 값 올리기 부심=두루넷은 매각이 가까와왔다고 보고 몸값 올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규 가입자에 7만원짜리 상품권을 제공하고 10만원짜리 인라인 스케이트 경품도 등장했다. 3개월 이용료도 면제된다.
이 덕분에 지난 8월 경쟁사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두루넷은 시장점유율을 11%대로 유지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분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이 되자 경쟁사들도 대응책 마련이 부심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한 관계자는 “사업자들간 뺏고 뺏기는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순증 가입자 10명중 7명은 이동하는 고객들”이라면서 “결국 가입자 유지 비용만 올리고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부실화를 초래하는 만큼 두루넷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한다”고 우려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