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정감사다. 국정감사는 국회활동의 꽃이다. 하지만, 피감기관은 까다로운 시모 만나는 심정일게다.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피검기장들은 입시생 못지않게 국감 준비에 바쁘다. 국감은 내달 4일부터 23일까지 20일간이다. 피감기관은 약 470개로 집계됐다. 헌정사상 가장 많다고 한다. 피감기관이 많은 것은 개혁적이고 의욕에 넘친 의원들이 이번 국회에 많이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7대 초선의원은 187명이다. 사람이 바뀌었으니 국감활동이 변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변화의 바람이 불길 기대해 본다. 언행 불일치의 구태를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다.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피감기관이 늘어난 만큼 우려도 반이다. 국감장의 구태는 해마다 녹음테이프처럼 되풀이됐다. 변화를 주문해도 결과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국감장의 변하지 않는 몇 가지 구태 유형이 있다. 보좌관이 써준 원고를 그대로 읽는 대독형, 국감장을 정쟁터로 만드는 사고뭉치형, 지역민원해결의 통로로 삼는 이권형, 다른 의원이 한 질문을 재탕하고 말문이 막히면 호통치는 적반하장형. 골탕 먹이기용 자료요구형. 속 기록용 발언형. 과다한 증인채택형, 시간 나 몰라형 등이다. 이 밖에도 피감기관 감싸기형. 끼어들기형 등도 있다. 그래서 이젠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꼭 달라진 국감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17대 국회는 변화와 개혁을 소리높여 강조했다. 특히 초선의원들은 기존 정치를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하여, 정당구조도 바꾸었다. 인터넷도 정치에 도입했다. 국감에서도 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국가빚이 200조원을 넘었다. 기업의 투자기피에다 제조업공동화, 수출부진, 정치불안, 노사갈등, 고유가, 신용불량자 등 풀어야 할 일이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의 삶이 고달파진다. 이런 상황에서 여는 국감이다. 우선은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나고, 사흘 굶어 도둑질 안 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과학기술입국이나 과학의 생활화, 신성장 동력 육성 등도 잘 살기 위한 방편이다.
IT분야도 다룰 사안이 많다. 본지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 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휴대폰 인터넷사업, IT 839 전략, 정보화촉진기금, 통신방송규제, 국가과학기술개발, IT부처 간 업무, 개인정보보호 등을 국감의 주요 안건으로 꼽았다.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게 없다. 모두 굵직굵직한 사안이다. 이런 사안들을 제대로 다루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피감기관의 업무를 잘 모르면 부실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 갈지자 걸음을 해도 지적할 수 없다. 아는 만큼 질문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감 자세다. ‘국민의 시각’으로 피감기관의 업무수행과 예산집행을 따져야 한다. 국민의 눈과 귀로 피감기관의 업무를 파악하고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입으로 꼼꼼히 따져 물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가 산다. 그렇게 못하면 국민만 손해다. 피감기관을 늘린 만큼 성과도 크야 한다. 추석이 지났으나 민심을 파악했을 것이다.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이번 국감에서 헛소리, 헛다리 짚는 의원이 나와 ‘국감에서 뭘 했느냐’는 질책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