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하이얼, 성장가도 비결 뭔가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내수 시장을 겨냥해 수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 그룹은 오히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공세적인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30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중국의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하이얼 그룹이 미국 캐롤라이나 남부에 공장을 설립하고, 유통센터 건립 계획을 세우는 등 미국 시장 진출을 넘어 미국에서의 아웃소싱까지 시도하는 등 공세적인 영업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얼은 최근 나무통 모양의 주방용 맥주 저장시설, 수학문제를 풀어야 TV시청이 가능한 개구리 모양의 TV수상기, 서랍형 대용량 냉장고 등의 신개념 제품을 선보이며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클 제말 하이얼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기업들이 멕시코 등으로 빠져 나가는 동안 역으로 미국에 진출해 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현지에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성공요인을 설명했다.

 AWSJ는 하이얼이 1995년 콤팩트형 냉장고와 와인 냉장고를 선보이며 미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래 매출과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기 출시제품이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등 미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얻은 하이얼은 최근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하이얼은 대형 냉장고, 에어컨, 평판TV, DVD플레이어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하이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이얼은 2006년까지 미국시장 매출액을 지금의 2배 수준인 10억달러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미국을 넘어 북미 시장 전체를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얼은 이미 캐나다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멕시코 대형 유통업체와도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역으로 미국시장의 중심에 진출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하이얼의 성공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만큼 외국 기업이 미국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스위스 로잔대학의 빌 피셔 교수는 “중국업체들이 미국 시장 진출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하이얼의 미국 시장 전망에 대해 꼭 긍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MIT 경영대학의 야셍 황 교수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리는데 열중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벽에 부딪칠 것”이라며 “매년 8∼9%씩 꾸준히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하다”고 충고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