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도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CJ그룹이 게임포털 넷마블을 인수했고 경조산업도 조이온을 합병하면서 게임업계에 뛰어들었다. 넥슨은 개발회사인 위젯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런 M&A는 이외에도 많다. 기업들은 현재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게임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전략적 M&A를 희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위 ‘잘 나가는’ 기업으로 알려졌던 경우도 많다. 올해 들어 호재가 없고 사업도 지지부진하고 수익이 난다고 해도 너무 미미해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M&A를 추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 풍토상 M&A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M&A 후에는 인수업체와 피인수업체 사이에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느냐는 주위의 질문공세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M&A는 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경영기법 중 하나다. 게임업계만 봐도 거대 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변화가 없는 기업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도 변해야 산다. 이런 점에서 M&A를 예전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자본금이나 마케팅 능력이 열악한 후발 주자들이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기업 간의 합병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코스닥기업과 그렇지 못한 게임업체와의 M&A 경우를 보자. 게임업체는 M&A 후 코스닥에 우회 등록하는 결과를 가져와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등록법인으로서 유상증자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고 금융권 대출도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향후 게임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이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다. M&A를 통해 미래사업을 펼치기 위한 자금 교두보를 마련한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되는 것이다.
해외 기업들에 눈을 돌려보자.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적인 게임기업 유비소프트도 초기에는 다섯 형제가 게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작은 게임업체였다. 이후 유비소프트는 독자 개발한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적지 않은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더 나아가 여러 메이저업체들과 적극적인 M&A를 추진했으며 그 결과 현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실속없는 몸집 불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기업과 궁합이 맞고 그만큼 동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곳과 합병해야 두 회사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조건도 따져야 한다. 특히 피인수기업의 경우 무엇보다 기업의 가치를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 또 M&A 이후에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M&A가 부담스러운 점도 많다. 특히 직원 한명 한명이 노력해 이룬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이 피인수되는 것은 직원으로서, CEO로서 심적으로 어려운 것일 수 있다. 특히 M&A 이후 기업의 불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핵심직원들이 퇴사한다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더욱 검증된 업체와 M&A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현재 시장을 독접하고 있는 메이저 게임업체들의 활동에 맞설 수 있는 수준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고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마음을 열고 이해하면서 업계의 발전을 위해 서로 간에 협력관계가 이뤄질 경우 국내 게임업계는 한 단계 도약하는 길을 열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조성용 조이온 대표 michael@joy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