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카이라이프 입찰 잡음

 ‘짜고 치는 고스톱에 왜 공개입찰이란 딱지를 붙이나.’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지난주 선정한 ‘지상파TV 재송신을 위한 시스템 구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두고 이래저래 말이 많다. 탈락한 업체들이 벌써부터 선정작업의 불공정성을 들먹이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베이스밴드분야, 압축다중화분야, 업링크 및 환경공사 등으로 진행될 이번 사업은 60억∼80억원 규모다. 불경기에 이만한 프로젝트라면 방송장비업체들이 설렐 만도 하다. 그런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부터 베이스밴드는 ‘쌍용정보통신-더솔텍이엔지’, 압축다중화는 ‘KT-미래타’가 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고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도 그러했다.

 베이스밴드분야에서 탈락한 한 업체 사장은 “처음부터 스카이라이프 측이 더솔텍이엔지를 염두에 두고 입찰을 진행했다”며 “일례로 당초 스카이라이프가 제시한 시스템구축 세부사항 중 개발사양에 특정업체를 적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카이라이프 담당자와 더솔텍 사장 간 개인적인 친분에 좌우된 이번 입찰이 사실상 ‘공개입찰’의 탈을 쓴 ‘수의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압축다중화부분도 석연찮다. 본래 컴텍코리아가 외산 탠드버그 장비를 가지고 입찰에 응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KT가 또 다른 탠드버그 판매대행업체인 미래타와 함께 참여했다. KT는 스카이라이프의 1대 주주사다. 한 관계자는 “KT가 매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뛰어든 것”이라고 푸념했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베넥스가 지적한) 개발사양 부분은 당시 이의가 제기돼 ‘특정 업체와 상관없이 요구사항을 맞춰서 개발해주면 된다’고 해명했고 이에 다들 동의했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이번 입찰은 기술 및 가격점수를 가지고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입찰 결과를 두고 말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경쟁에는 패배자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엔 잡음이 좀 지나치다는 데 있다. 한 사장은 “스카이라이프의 누구누구가 자신의 자리를 이용해 이런 판을 만들었다”며 “내가 갖고 있는 자료만 공개하면 다들 자리보존이 힘들 것”이라며 실명을 거론할 정도다.

 만약 이번 입찰이 정말 짜고 치는 판이라면 스카이라이프는 힘없는 방송장비업체를 농락한 책임을 져야 한다. 반대로 탈락업체의 자가 발전이라면 씁쓸한 불경기의 뒷모습인 셈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