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강자보다 약자가 훨씬 많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약소국은 강대국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것이 현실로 되어 있다. 심지어 미국인이 먹다 남긴 음식만으로도 전세계 기아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니 부의 편중은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자는 약자의 재산을 탐내 찬탈하고 있다. 강자는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해 국제사회의 설득을 구하고 있다.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힘의 역학관계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이 약소국의 현실이다.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국제사회의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해졌다. 그렇다고 현재의 강대국이 중세 이후 계속 절대권력을 누려온 것은 아니다. 나름의 피나는 노력과 희생을 치르면서 쌓아온 결과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그렇다. 대표적인 나라가 스위스와 네덜란드다. 스위스는 용병으로, 네덜란드는 화훼와 중개무역으로 부를 살찌운 나라들이다. 관광자원을 제외하곤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들이다.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먹고 살기 빠듯한 나라였다.
특히 네덜란드는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히딩크의 모국으로 한국인의 뇌리에 각인된 나라다. 자원도 없고 인구도 적은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와 스위스가 유럽의 부국으로 등장하기까지는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들 두 나라는 공통점이 많다. 부국으로 올라서기까지의 고된 노정도 그렇지만 특히 타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안다는 점은 특이하다. 네덜란드인의 대부분은 영어를 영국인만큼 구사할 줄 안다. 스위스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알프스의 작은 촌구석이지만 3개국어를 사용할 줄 아는 대외 경쟁력이 오늘의 스위스를 있게 했다. 부존자원도 없고 인구도 적지만 네덜란드인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중개무역 국가로 부를 누리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외국어다. 부존자원이 없고 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은 나온 것 같다. 한국의 학부모들이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외국어 교육에 올인하고 있다. 현실적인 대처일지도 모를 일이다. 강대국으로 가기 위한 약소국이 사는 법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