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지난 주말 회동을 갖고 문화콘텐츠 및 디지털콘텐츠 관련 업무에 대해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문화·디지털콘텐츠 산업을 관장하는 두 부처 간의 영역다툼으로 인해 중복과 혼선을 초래했던 산업 지원과 정책 집행에 효율성을 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양 부처의 합의에서는 쟁점 사안별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양 부처 간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협의회를 구성, 현안 발생시 수시 협의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실효성도 자못 기대된다.
정부 부처간 갈등이나 분쟁은 그간 국무조정실이 조정해 왔던 사안이다. 이번처럼 분쟁의 가능성을 당사자간 자율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고 또 업무중복 해소를 위해 해당 부처가 계약서를 체결한 것도 유례가 없다. 이번 합의는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자발적 정부혁신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파급력마저 기대된다. 양 부처의 해묵은 갈등 해소는 물론 다른 정부 부처 간 업무 조정에도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 부처간 업무중복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부처마다 국민을 위해 수행할 나름의 역할과 기능이 있고 소임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일부 업무가 겹치거나 상치될 수 있고, 이때 부처간 업무를 합리적으로 통합 조정하지 못해 중복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이나 기업의 입장보다는 부처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고 주도권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 부처 간 업무중복은 각 영역의 융합화·복합화가 일어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문화부와 정통부는 그간 콘텐츠 부문에서만 해도 게임 등 디지털콘텐츠 사업 주관과 사후 심의 문제에다 각종 지원사업, 콘텐츠산업 집적단지 조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부딪혀 왔다. 더욱이 게임분야의 경우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업무 중복을 이유로 양 부처가 시정조치를 받았고 이를 둘러싼 부처 간 갈등도 적지 않았다. 이런 양 부처 간의 갈등은 해당 업계에 눈치를 보게 했고 이로 인해 업계 간 대립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에서 모든 현안을 고객인 국민과 기업의 관점에서 조정, 해결하기로 기본 원칙을 정한 것은 평가되고도 남는다.
물론 두 부처가 업무 공조에 합의했다고 해서 부처 이기주의나 업무 중복이 완전히 사라진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에 양 부처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업무에서 서로 협력할 경우 중복 투자나 중복 규제는 다소나마 줄일 수 있고 이는 곧바로 산업 지원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이번 협력의 성공 여부는 양부처 실무자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간 경험으로 보면 말과는 달리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통신과 방송분야의 현안 중 화급을 다투는 과제인 규제기능과 정책을 통합 조정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일인 만큼 차제에 양 부처 간 이 부문에 대한 긴밀한 협조체제가 요구된다. 물론 기관들의 업무를 어떻게 조정하고 운영하느냐 하는 점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연구를 깊이 해야 하지만 이왕 양 부처가 협력하기로 한 이상 통신·방송 그리고 영상산업에 대한 규제가 통합 조정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통신·방송 융합추세에 맞게 정책의 효율적인 운영은 물론 각 기관의 업무통합에 의한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