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과 금융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우리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시스템은 국내 ‘빅3’ 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른 선진금융 인프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차세대 개통일이 자금 이체·결제, 공과금 납부, 카드결제 등 금융거래가 몰리는 월말·분기말인데다 추석연휴까지 겹쳐 온·오프라인 모두 상당한 거래 트랜잭션의 부담을 안았다.
이에 따라 당일 오전부터 인터넷뱅킹에 과부하로 인한 장애가 발생했고 상당수 고객들이 이를 피해 자동화기기로 몰리면서 역시 일부 장애를 초래했다. 물론 다른 일부 시중은행들도 거래 폭주로 유사한 현상을 겪었지만 차세대 개통일에 빚어진 온라인 거래의 장애는 결국 차세대 시스템에 대한 일반 고객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차세대 시스템은 사실상 이번 사태와 큰 연관성은 없다. 온라인 거래에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차세대시스템의 핵심인 코어뱅킹 시스템과 각종 정보계 시스템 등은 안정적으로 가동됐다. 한마디로 자동차의 엔진과 연료계를 최신형으로 교체하고도 헤드라이트가 작동하지 않아 야간 운행을 못한 꼴이다.
다행히 개통 다음날부터 우리은행의 온라인 거래 시스템은 안정을 찾았고 차세대 시스템도 별다른 중단사고 없이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우리은행 차세대는 인터넷뱅킹의 장애를 끌어 안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을 얻게 됐다.
물론 나머지 절반도 아직은 실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에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3개월 정도의 안정화 기간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차세대에 대한 평가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향후 차세대 시스템이 맞아야 할 돌발변수는 상존한다. 다만 개통일의 경험처럼 급격한 금융수요 변화를 철저하게 예측,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사전에 장애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차세대의 성공을 위해 지난 2년과 추석연휴를 반납했던 우리은행 관계자들과 관련 IT업계의 땀이 더 이상 외부변수에 희석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컴퓨터산업부·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