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새 강국 `필리핀` 뜬다

필리핀이 풍부한 노동력과 영어 구사능력 등을 무기로 아웃소싱 강국인 인도를 위협하는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보도했다.

특히 인도를 비롯한 각국의 아웃소싱 기업들도 글로벌화 전략의 일환으로 필리핀에 아웃소싱 또는 콜센터를 개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를 글로벌 아웃소싱의 핵심 국가로 만드는데 개척자적인 역할을 해왔던 인도의 위프로 스펙트라마인드사는 최근 필리핀에 아웃소싱 사무소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인도에서 7개의 아웃소싱센터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최근 필리핀에 콜센터를 열고 1000명 정도의 필리핀인 종업원을 고용했다.

중량감 있는 미국 내 아웃소싱 업계들도 필리핀 콜센터 개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오하이오에 소재한 컨버지스사는 인도에 9개의 센터를 운영해왔으나 필리핀에도 5개의 콜센터를 개설했다.

플로리다주 탬파의 시크스 엔터프라이즈사 또한 인도 비즈니스를 보완하기 위해 필리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ICT그룹은 아예 인도 대신에 최근 자사의 두 번째 콜센터를 마닐라에 개소한 데 이어 3번째 콜센터도 필리핀에 세운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불안한 정치상황이나 쿠데타 ▲태풍과 지진 등에 따른 자연재해 ▲인도보다 불리한 임금수준 등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이 아웃소싱 기지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언어적인 이점과 풍부한 인력, 아웃소싱 수요처인 미국 문화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개방성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필리핀은 인도와 같이 영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국가인데다 8400만명에 달하는 풍부한 고학력의 젊은 노동력, 고품질의 교육시스템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인도인들에 비해 미국 문화나 비즈니스 풍토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영어 억양도 인도인보다 자연스러워 미국 기업들이 보다 우선적으로 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필리핀 마닐라의 임금수준이 뉴델리나 뭄바이, 방갈로르보다 높지만 직원들의 이직 가능성이 인도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도 잦은 인력교체로 어려움을 겪는 콜센터 업계가 반색할만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콜센터 산업에서 인도가 그동안 차지해온 독점적인 지위가 많이 퇴색하고 있는데 가트너는 80% 정도의 아웃소싱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인도가 2007년경이면 절반 수준밖에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