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휴대인터넷 기술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어느 정도 틀을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또 새로운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휴대인터넷은 소위 상시 접속이 가능한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최초의 이동통신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휴대인터넷 기술은 3세대 이동통신 기술보다 더욱 심화된 요소기술을 적용하면서도 시기적으로 3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거의 경쟁하듯이 개발하는 모습을 띠고 있으며, 이는 최근 우리나라의 정보 통신계의 급진적 발전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국제적인 시각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휴대인터넷에는 경쟁구도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신기술이 적용되어 있으며, 이를 국제 표준화 모델에 상정해 미래 사회를 주도하고자 하는 노력을 동시에 경주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다.

 휴대인터넷 서비스는 무선 데이터 전송 속도에 있어서 초기에 30Mbps, 성숙기에 50 Mbps까지 서비스가 가능한 도시형 이동통신 시스템으로서, 현재의 광역 이동통신 시스템 대비 약 10배 이상의 전송 속도를 구현하는 게 과제다. 즉 최대 60km의 속도로 이동중에 휴대 단말기를 통해 인터넷 접속이 자유로워진다는 개념이며, 궁극적인 미래 이동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천이하는 중요한 성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휴대인터넷 서비스의 성패는 일차적으로 정보통신 산업계의 기술력이 열쇠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역시 일반 대중의 시각으로 바라본 서비스 속성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단말기는 초기에 노트북 컴퓨터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차후에는 PDA와 (스마트) 휴대폰의 형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동중에 제공하는 고속 인터넷 서비스라는 성격으로 볼 때, 현재의 휴대폰과 같은 말하기와 듣기 위주의 단말기가 아닌, PDA라든가 노트북과 같은 읽기와 쓰기 위주의 속성이 보다 강조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할 것이다. 즉 읽기와 쓰기가 편리한 단말기면서 휴대가 가능하고, 기존의 말하기·듣기 위주의 통화 서비스 또한 큰 불편 없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비교적 까다로운 주문이 걸려 있는 셈이 된다.

 모든 신규 서비스가 그렇듯이 휴대인터넷의 경우에도 타 시스템이 해내지 못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휴대인터넷이란 유선 인터넷의 속성과도 같아서 사업자가 주도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기보다는 인터넷만 열어주면 인터넷 내의 여러 사이트에서 자생적으로 정보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휴대인터넷 서비스의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유선인터넷의 연장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해 이동통신으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응용계의 정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휴대형 단말기에서의 멀티미디어 직접 제작이라든가 편집·휴대 단말기를 이용한 인터넷상에서의 사이버 협업, 휴대인터넷을 이용한 멀티캐스팅 서비스 등 이동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최대한 살린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새로운 응용계는 결국 망 사업자와 연계한 많은 소프트웨어 하우스가 중심이 되어 개발해야 할 사안이므로, 이들 소프트웨어 간의 효율적인 상호 접속을 위한 새로운 미들웨어 표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

 한편 통신망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존의 2·3세대 이동통신 시스템과 같은 단일 속성의 시스템이라기보다는 가입자의 밀집도라든가 전파 환경 등을 고려한 혼성 통신망이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일찍부터 2·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나 무선 랜 등의 시스템과의 상호 연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휴대인터넷 시스템의 개발에는 핵심 요소 기술 차원의 개발뿐 아니라, 망 운용의 효율이나 서비스 품질 고도화에 관련된 시스템 기술 차원의 연구개발이 동시에 진행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에 경험이 많은 산·학·연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

 가까운 미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이는 휴대인터넷 서비스는 담당 연구원들에게는 꿈의 4세대 이동통신 시대로 가는 중대한 중간 성취가 될 것이며, 우리 사회에는 궁극적인 유비쿼터스 문화로 이끌어갈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개발 과정에서도 서로 화합하는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반도체와 휴대폰의 신화를 이어온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계가 휴대인터넷 기술로써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낙명 이화여대 정보통신학과 교수 nmkim@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