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정부부처, 산하기관마다 의원들의 요구자료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 해마다 치러지는 일상이지만 새롭게 등장할 이슈에 모두의 눈과 귀가 집중돼 있다. 해마다 국정감사를 받는 공무원들은 해당 소속위원회 의원들과 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몇 차례 국정검사를 겪은 의원들은 해당 공무원들과 묵언의 대화를 나눈다. 무리한 자료 요구로 당황하게 하거나 터무니 없는 질문으로 곤경에 빠뜨리는 것을 자제한다. 서로 상대의 일에 대해 알고 있고 또 일정 선의 배려가 깔려 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초선보다는 재선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호한다. 일부 공무원은 “국회의원을 교육해야 하는 일이 짜증스럽다”고 노골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말은 곧 해당부문에 대해 잘 모르는 의원의 경우 어이없는 질문을 퍼붓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의원들을 설득하고 업무를 이해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한 듯싶다.
문화관광부도 국정감사의 회오리에 들었다. 소속 위원회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자료가 사전만한 두께로 무려 세 권이다. 그만한 분량의 자료를 만들었다는 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내용을 파고들면 얘기는 달라진다. 처음 보는 내용은 전혀 없다. 이 말은 의원들의 질의가 그만큼 두리뭉실하다는 얘기다. 지난 1년간 대부분 보도됐던 내용이고 과거자료를 짜깁기해 놓은 수준이다.
17대 국회의 경우 유난히 초선의원이 많다. 바꿔보자는 국민의식이 저변에 깔려 이룬 정치개혁의 결과다. 하지만 문화산업만을 두고 볼 때 국정감사 내용은 개혁이 아니다. 업무파악에 서툰 ‘초선’의원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일반화된 문화산업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같아 씁쓸하다. 공무원들의 일처리가 깔끔했던 것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너무 많다.
애정이 어려야 질타도 있다. 그저 해마다 하는 의례적인 행사라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 기간에 일손을 놓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다른 일거리를 주는 편이 낫다. 그래도 국정감사가 필요하다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책려하는 모진 매가 돼야 하지 않을까.
디지털산업부·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