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를 말하면서 가장 흔히 일컬어지는 것이 글로벌화다. 그리고 글로벌화의 주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작용을 하는 것 중 하나가 문화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첨단기술의 발전과 함께 유형의 것보다 무형의 것, 즉 현재 느끼는 문화와 문화적 유산이 디지털시대의 첨단기술인 SW 및 콘텐츠 등과 결합해 엄청난 재화와 자본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아왔다.
예를 들면 글로벌화의 진원지이자 글로벌화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일천한 자국의 역사를 수없이 소설과 영화로 콘텐츠화해 왔다. 기술을 이용해 전세계의 문화를 자신의 콘텐츠로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 엄청난 물질적 부를 거둔 미국도 자연·사회개척 및 문명의 발전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적 콘텐츠 제작의 원천이 고갈되면서 결국은 다른 나라의 소재를 빌려올 수밖에 없었음을 우리는 수없이 확인한 바 있다.
수억의 달러를 벌어들였던 미국의 애니메이션사들은 자국의 문화와 자연 외에도 포카혼타스(인디언), 노틀담의 꼽추(프랑스), 파뮬란(중국)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백인 미국인들의 기술문명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고유 문화에서 소재를 뽑아왔다.
첨단기술이 고유한 문화적 깊이가 있는 스토리와 결합한 성과는 일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의 콘텐츠에서 확인된다. PS는 10년 전에 나온 DVD콘텐츠를 통해 프랑스의 농가,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밋, 이라크의 장터 등을 게임에 등장시키고 컴퓨팅 기술을 결합했다. 그 결과 전세계 이용자들이 다른 나라의 생생한 문화를 3D로 느끼면서 이 회사에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4일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장에서 밝혀진 대만·일본 등의 각종 해외 게임에서 나온 우리나라 역사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임진왜란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타고 지휘하는 게임이 등장하는 수준이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한때 MS가 우리나라 역사를 게임에 이용하면서 일본이 주장하는 소위 ‘임나일본부설’을 그대로 적용했다고 해서 말썽이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타국의 문화를 아예 심각하게 왜곡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우리 문화를 성공적으로 일구지는 못하더라도 이처럼 왜곡된 외제 한국문화가 범람하는 데 대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전자신문,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