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수일 새 날씨가 부쩍 추워진 느낌이다. 추석 전만 해도 반팔 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나는 것이 사무실 부근 점심시간의 풍경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인간사가 어떻게 돌아가든 계절은 어김 없이 때를 맞춰 찾아옴을 새삼 느끼게 된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봄의 소생과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결실과 겨울의 휴식이 1년을 주기로 쉼 없이 반복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에 대해 준비할 수 있다. 이렇듯 규칙적인 것이 절기의 속성이지만, 당장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기 힘든 것 또한 자연이 가지는 속성이 아닐까.
세상을 살면서 조금씩 경험이 쌓이고 여러 일을 접해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네 사는 모습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미래는 여전히 확실치 않고 불안감은 상존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이 이유가 있고 때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흡사 예전 어른들 말씀처럼 모든 일에는 ‘운때’가 있는 것 같다.
IT경기를 놓고 얘기한다면 현재 거의 모든 IT분야 종사자에게 ‘운때’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지인들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나 체감 경기 모두 우울한 소식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생각된다. 외환위기 때나 2000년 이후의 IT버블 붕괴 때, 다들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여겼으나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 때를 잘 보낸 이들에게는 더 없는 기회가 된 것도 사실이다. 위기는 곧 기회를 동반한다는 말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내수경기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내년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물리적 계절로는 초가을이지만 경제적 절기는 겨울의 한 가운데다. 하지만 겨울은 새 봄을 예약하고 있다. 지금 비록 춥지만 다가올 봄을 준비할 수 있다면 어려운 현실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계절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우리 IT업계 사람들도 철저한 월동준비를 하여 어김 없이 찾아올 따뜻한 봄날에 대비해야 겠다.
<배윤탁(삼테크 기획담당 이사) ytbae@samte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