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사업자 투자분위기 살려야 한다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전시킬 것으로 기대됐던 기간통신사업자들의 내년 투자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내년 투자 기조를 신규 서비스나 가입자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CAPEX)나 운영비를 최대한 긴축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네트워크 유지·보수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하니 내년 전체 투자는 당연히 올해 수준이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의 투자는 통신산업은 물론이고 국내 IT산업 활성화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올해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가 활성화된 것도 아니다. 올 들어 사업자 간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IMT2000, 위성DMB 등 신규 서비스 부진으로 계획했던 투자까지 집행이 미뤄지면서 당초 투자목표치에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투자액이 대부분 절반에도 못 미치고 유선사업자의 경우 목표대비 투자율이 10∼30% 정도에 그친 것만 봐도 짐작하고 남는다. 올해 아직 한 분기가 남은 상황이지만 투자를 견인할 만한 사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투자는 크게 줄 수밖에 없고 여기에 내년 투자까지 줄어들면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가 2년 연속 감소하는 결과를 빚게 되는 것이다. 국내 IT시장의 성장 견인차이다시피 한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가 이처럼 계속 감소된다면 우리가 침체 국면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이 내년도 투자 기조를 지극히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원동력 등 투자 동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IMT2000을 비롯한 신규 서비스가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투자 규모 확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또 정부가 가치사슬 구조를 기반으로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IT839정책도 다소 장기적인 성격이 다분해 당장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기 힘든데다 유무선 결합, 통신·방송 융합 등 컨버전스 서비스에 대한 규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통신산업의 특성상 급변하는 패러다임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네트워크나 신규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통신사업자들의 설비 투자가 부진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성장이 정체되는 결과를 낳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부진 여파는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IT산업 전반에 파급되어 산업과 국가 경쟁력까지 하락시킬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가 올 들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장비·부품 등의 후방 산업계가 고통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정부는 IT산업을 통해 국가 경제를 재도약시키기 위해 u코리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2007년까지 통신서비스 산업에 약 31조원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투자 위축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u코리아 건설은 계획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투자분위기 위축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처럼 정부 주도형 투자유도가 아니라 통신사업자들이 필요에 의해서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투자 효용성을 높이면서 당장 시장에서 가시화할 수 있는 결합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해법이라는 통신사업자의 얘기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투자에 장애가 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없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도 하지만 강제성보다 사업자 스스로 발전을 추구할 때 한 단계 높은 통신강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