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축구에 대한 공한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단 한번도 한국과 붙어 축구를 이기지 못했다. 거대한 대륙이 동북아의 한켠에 있는 반도 국가에 축구를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들은 몹시 자존심이 상해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 사이에는 ‘중국인과 축구경기를 하지 말라’는 조언이 일반화됐다. 축구가 아니라 육박전에 가까워 부상자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축구에 대한 공한증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적대적이다. 중국인 스스로도 한국에 비해 모든 것에 대해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하지만 축구 얘기만 나오면 달라진다. 금방 얼굴이 굳어지고 싸늘한 분위기가 된다.
지난 추석연휴 때 산업자원부와 중국 상무부가 축구로 한판 붙었다. 국가대항도 아니고 프로경기도 아니었다. 순수 아마추어의 말그대로 친선경기였다. 그러나 중국의 임전(?) 자세는 달랐다. 들리는 얘기로는 정예멤버를 추려 피나는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경기장 선정에도 신중했다. 중국팀이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 경기장을 선택해 반드시 이기겠다는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그냥 친선경기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한국을 이겨보려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그 말은 곧 한국이 이 게임에서 지면 이를 공식화해서 선전하겠다는 뜻이다. 국가대표팀이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축구 공한증을 공무원끼리의 아마추어 친선 게임을 통해서라도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어이가 없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중국의 2대1 패배였다. 한국 팀이 전반전에 한골을 넣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전반전 하프타임 때 한국팀 감독이자 사령관인 조환익 산자부 차관은 후반전에 한골을 더 넣고 한골은 내주라고 주문했다. 친선경기인데 분위기가 험악해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경기는 주문대로 끝났다. 중국의 축구 공한증은 공무원끼리의 친성경기에서조차 풀리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중국은 또 한번의 쓰라림을 맛봤다. 축구로는 안된다는 자조도 흘러 나왔을 것이다.
이대로다. 축구처럼 한국의 산업이 중국의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는 게임처럼 강인한 체력, 뛰어난 기술이 필요하다. ‘중국을 넘으면 세계가 보인다’는 말처럼….
디지털산업부·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