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법률가인 아버지 권유에 따라 그녀는 UCLA의 로스쿨에 진학했다. 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날마다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한 학기만 다니고 중퇴했다. 부동산 회사 말단 사원으로도 일했다. 첫 결혼은 실패로 끝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간 무엇을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이야기 둘
그녀가 26살이 되던 해인 1980년 AT&T 수습사원으로 입사한 그녀는 원주민 부족에게 장거리 전화 서비스를 파는 일을 처음 맡았다. 남들이 다 꺼리는 일이었다.이후에도 그녀에게는 힘든 일만 주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해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새벽까지 일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야기 셋
하루는 상사가 저녁 회의에 그녀를 불렀다. 그런데 장소가 스트립바였다. 신출내기를 골탕먹이려는 수작이었다. 스트립바로 향하는 그녀는 “나는 사업가다”를 수없이 외쳐야만 했다. 스트립바에 도착한 그녀는 사업 이야기에만 몰두, 결국 야한 짓(?)을 하려던 여종업원을 물리쳤다.
보이는 하나가 있기까지에는 보이지 않는 아홉이 있는 법이다. 성공은 결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녀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전세계 여성들이 가장 본받고 싶어하는 지구촌 최고의 여성 CEO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그녀에게도 도전, 아픔, 좌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철저히 준비된 프로 정신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없는 열정으로 이를 극복했다. 컴퓨터에 문외한이었던 그녀가 99년 HP의 최고경영자(CEO)에 영입된 것은 그녀의 열정을 잘 보여주는 한편의 드라마다.
당시 최종 후보에 함께 오른 선의 에드 잰더 사장(현재 모토로라 회장)과 인텔의 폴 오텔리니 부사장(현재는 사장)을 버리고 HP는 순전히 그녀의 프로정신과 열정 때문에 그녀를 차기 CEO로 낙점했다. 오는 10일 방한하는 칼리 피오리나 HP CEO가 한국 여성들에게 많은 도전과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
방은주 국제기획부차장 ejbang@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