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PC시장의 거인 델이 초저가 범용 서버를 앞세워 일본의 고성능 컴퓨터 시장 공략에 나선다.
델은 내년 초 다수의 범용 서버를 연결해 고속 연산 처리가 가능한 고성능 컴퓨터를 출시, 일본의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미 올해 초 저가 PC를 전면에 내세워 일본 PC시장에 가격 인하 바람을 몰고 왔던 델이 이번에는 고성능 컴퓨터시장으로 눈을 돌림에 따라 일본 컴퓨터 업계는 벌써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델이 일본 시장에 내놓기로 한 고성능 컴퓨터는 기존 고속서버의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대의 제품으로 범용 서버 다수를 연결한 그리드 컴퓨팅시스템으로 알려졌다. 약 100대 이상의 서버를 연결해 고속 컴퓨터의 기준이 되는 약 2테라플롭스(테라=1조) 이상의 고속 처리를 가능케하는 시스템이다. 기본 운영체계(OS)에는 리눅스가 채용될 예정이다.
고성능 컴퓨터 시장 진출과 관련해 델은 “내년까지 총 50건을 수주할 계획”이라며 “일본내 범용 서버시장에서 NEC를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델은 일본내 컴퓨터 판매·서비스업체인 베스트시스템즈와 제휴해 고객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약 10명의 전담 조직을 조만간 설립할 계획이다.
델은 미국에서 이미 고성능 컴퓨터를 판매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일본이 사실상 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부가가치 또한 높다고 판단해 일본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델의 고성능 컴퓨터 시장 진출 계획이 알려지자 NEC, 후지쯔 등 일본 컴퓨터 업계는 향후 델의 저가 공세를 어떻게 막을 건인가를 고심하고 있다. 저가PC 분야 처럼 고성능 컴퓨터 분야에서도 델이 단번에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비슷한 수준의 저가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NEC는 “델과는 범용 서버시장 주도권을 놓고 미국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면서 “관건은 역시 서버 가격이 되지않겠느냐”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인텔 칩을 사용한 범용서버 세계 시장에선 NEC가 22%로 1위이며 델이 19%로 2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1∼3월은 델이, 4∼6월은 NEC가 각각 수위를 차지하는 등 두 회사간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