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첫 정보통신부 국정감사는 회의 직전 김희정 의원, 김석준 의원이 질의순서를 바꾸며 연타를 날린 야당이 기선을 제압하며 시작됐다. 김희정 의원이 다양한 비주얼과 긴장을 늦추지 않는 질문공세로 진 장관의 진땀을 뺐다면 김석준 의원은 KT의 한솔엠닷컴 당시 의혹을 조목조목 제기하며 정통부를 당혹케 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분위기도 오래 가지 못했다. 점심식사를 위한 휴정 즈음에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국감장 주변에선 기선 제압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국가 정책을 위한 질의가 아니라 개인이 튀기 위한 것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발전적인 비판을 내건 여당은 제언도, 질책도 느슨했다. 정책을 밀어주지도, 따끔하게 지적하지도 못한 채 변죽만 울리다 질문을 끝내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IT산업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자신의 전문지식에 비춰 정통부 정책을 평가하거나 지지하려는 것보단 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짜깁기해 주제를 만들려는 접근방식이 역력했다.
정통부는 더 했다. 답변에서 웬만한 실수는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고 끝까지 맞섰다. 개인정보보호문제 같은 경우 좀 더 보수적인 대응이 대안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가려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을 밀어냈다. 유효경쟁정책과 같은 민감한 정책에 대해서는 통·방융합, 유무선통합의 환경변화가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같은 판에 박힌 답변이 나왔다. CDMA와 정보화 성과를 앞세운 자화자찬 습관도 여전했다. 자료제출 태도도 문제가 됐다. 강성종 의원(열린우리당)은 정통부에 자료 요청을 하니 ‘자료 제출 의무는 있지만 작성의무는 없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온 사연을 전하며 국감장에서 강하게 질책했다.
올해 정통부 첫 국감이 지난해와 다른 점은 여당과 야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야당의 공세가 예전보다 사뭇 거세진 것. 과거 정통부와 과기정위가 ‘해답 없는 2중주’를 지겹게 연주했다면 이젠 정통부, 여·야의 ‘해답 없는 3중주’로 변했다는 정도다. 또 일부 초선 의원들에게서 과거의 답습을 벗어나려는 모습을 봤다. 이러한 분위기가 다른 의원들에게로 확산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IT산업부·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