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텔 아성` 곳곳서 균열 조짐

 지난해 7월 15일 인텔은 회사 창립 35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식을 거행했다. 당시 인텔은 반도체 경기 침체에서 막 벗어나려던 순간이어서 더욱 고무돼 있었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자(CEO)인 크레이그 배럿을 비롯해 경영진들은 창립 50주년이 되는 오는 2018년 열어보려고 타임캡슐도 묻었다. 이 캡슐에는 인텔의 성장을 이끈 아이템 100개가 들어있다.

하지만 이로부터 일년이 지난 지금 인텔은 기로에 서 있다고 비즈니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투자가들과 직원들은 일년전의 축제 분위기와 오버랩 하면서 인텔의 장기 전략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년만에 처음으로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지배적 위치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인텔의 경쟁사들,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를 비롯해 AMD·TI 등은 인텔보다 대담한 투자를 하거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텔은 올해 연구개발 부문에 48억달러를 쏟아 붓는 등 신기술 개발을 견인하면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반도체 칩 가격을 낮추고 성능 개선에 나서고 있다. 내년 인텔의 주당 순익(EPS)은 올해보다 6.3% 늘어난 1달러18센트, 그리고 매출도 6.7% 많은 36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인텔 제국이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텔 아성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인텔 주가는 연초에 비해 34% 하락, 주당 21달러 30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AMD는 연초보다 소폭 하락한 14달러선을 유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 반도체 제품의 출시가 잇달아 연기됐다. 우선 ‘프레스콧’이라는 반도체가 몇 차례 연기됐다가 출시됐으며 올 4분기 선보이려던 4기가 펜티엄4 칩도 내년 1분기로 늦어졌다.급기야 인텔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디지털TV 용 칩 출시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경쟁사보다 매출 성장률이 떨어지고 마진이 감소하는 것도 인텔의 고민이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2분기 세계 톱10 반도체업체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동기보다 20% 늘어난 73억달러에 그쳐 2위 삼성이 보인 84.7%와 대조를 보였다. 3위 TI도 인텔의 두배인 46.8%나 늘어났다.

매출 뿐 아니라 이익률도 감소하고 있다. 인텔은 12일(현지 시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올 한해 이익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58%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하이테크 제품 구매 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 고객은 이제

예전처럼 하이엔드 칩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낮은 로엔드 칩을 원하고 있다. 여기에 데스크톱 에서 파워를 덜 필요로 하는 웹기반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인텔의 평균 반도체 판매가를 낮추는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AMD는 중국 같은 신시장에 계속해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인텔보다 앞서 32-64비트 호환 칩을 발표하는 등 기술 혁신 분야에서도 인텔을 앞서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후지쯔와 공동으로 플래시메모리 합작사를 세워 이 분야 1인자인 인텔을 따돌렸다.

AMD는 올 여름에는 보스톤·인도·일본 등 3곳에 새로운 디지인센터를 열었다. 이전에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두 군데만 이 시설이 있었다. 삼성은 인텔에 더 위협적이다. 삼성은 올해 처음으로 반도체 투자에 있어 인텔을 앞섰다. 또 삼성은 여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68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인 데 반해 인텔은 4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삼성 미국 계열사 부사장 존 강은 삼성이 오는 2006년까지 연구 개발과 제조 분야에 200억달러를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설명>톱,인텔 로고와 크레디그 배럿 CEO 사진 첨부.